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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지정학의 힘

by ts_cho 2022. 9. 2.

지정학의 힘, 김동기 지음, 아카넷 펴냄, 2022, 358쪽

 

세계적으로 새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지금 미국의 패권주의는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경쟁을 떨치기 위하여 첨단기술 경쟁 뿐 아니라

군사 경쟁, 경제 전쟁으로 전선을 확대 시키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진통을 앓고

있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두나라간의 국지적인 전쟁을 넘어서서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어 가는

기폭제가 되어 가고 있는데   초강대국들의 경쟁적 대결이 세계를 어떤 혼돈으로 몰아갈지 그 와중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의 힘을 길러 주는 의미있는 책.

 

한국전쟁 정전 협정이 체결되고 67년의 세월이 흘렀다. 국제 관례상 정전 협정이 이토록 오랫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 대부분 정전 협정이 체결되면 곧 평화 협정이 체결되는 법인데 왜 이 정전 협정은

종료되지 않고 한반도의 적대적 분단을 고착시키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인데 한 때 전쟁을 치렀던 중국,베트남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정치체제나 이념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는데 왜 유독 한반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까 .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대외 전략이 핵심인데 여기서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이 지정학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신냉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비 경쟁이 다시 심화되고 있고 곡물, 에너지의 무기화까지

지정학적 대립 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지금 한반도의 적대적 분단 상황은 좋아질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처럼 또 다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파멸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적대적 분단을 해소하고 평화 체제를 정립하는 일일텐데 이 책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은 그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우리가 바라는 평화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 정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 전략을 분석해 보기 위해 역사적으로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영국,미국, 독일,러시아,일본, 중국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과거 그리고 현재의 전략 구사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강대국의 성격을 Sea Power 와 Land Power 로 구분하여 이 상이한 두 power는 각기 어떤 국가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 중에  2차 대전 말기의 일본의 종전 전략을 읽으면서  당시 일본이 아시아를 파죽지세로 점령해

나갔던 군부의 전략적 힘과 또 패전시에도 이렇게까지 복합적으로 계산하는  저력이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로 결국은 한반도가 오늘날의 모습이 되고 말았는데 여기 간단히 줄여 옮기자면 일본 정부와

군부는 이미 1944년 후반에 패전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고.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에 근거를 확보하여 태평양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그러면 조만간 미국과 충돌할 것이라는 것. 일본은 이런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일본의

패전 후 운명을 구상했다고 한다. 일본은 당시 국제 정세를 분석해 미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읽고 여기서

전후 일본이 소생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이 동아시아에 진입하여 미국의 단독 승리로

확정되지 않은 시점을 노려 일본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미국의 아시아 단독 지배에 반대하는

소련을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만이 일본의 역할을 미국이 인정할 것이고 그 길만이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아시아에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는 내부 보고서가 작성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고서의 전략대로 만주에서 일본은 후퇴하면서 소련에게 쉽게 남하하는 길을 내어주었는데 소련은 일본의

이런 행태에 도리어 의아해했다고 한다. 결국의 일본의 전략대로 소련은 아무런 저항없이 한반도에 진입하게 되고

트루먼과 스탈린에 의해 한반도는 분할되게 된다. 귀족원 의장과 수상을 역임한 고노에 후미마로는 소련의 참전은

신이 준 선물로 이제 전쟁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의 전력가들이 바라던 대로 동아시아에서 전후

소련이 미국을 견제함으로써 미국의 전면적 지배를 저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일본은 미소의 세력 다툼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미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며 미소간의 분할 점령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발생한 한국 전쟁으로 경제 회복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래서 요시다 시게루 수상은 제1차 세계대전의 승자였던 일본보다 2차 세계대전의  패자였던 일본이 더 낫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 하나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실.

미국으로서는 큰 위험없이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향권 아래 묶어둘 길이 없는 한 , 현상 유지를 선호할

것이라는 사실. 주요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상태가 오히려 그들에게는

균형 상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종전 선언을 요구하고 있어도 미국이 아직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이므로 지금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에 부합하고 또 엄청난 군수 무기도 팔 수 있는 명분도 된다는 사실.

초강대국 미국과 이에 맞서서 굴기하는 다른 초강대국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정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인데 남북한이 지금처럼 적대적인 대립을 계속하고 있으면 열강들에게 이용될 수 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일테니 한반도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남북한이 군사적 대립을 완화하고 평화의 길로

나가야 하는 길이 유일한 생존 전략일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낭만적인 통일 전략이나 대안없는 강경책과 같은 실효성이 없는 전략말고 정말 치밀하고 지혜로운

전략 구상이 필요할텐데  지금의 현실은 그것과는 너무도 괴리가 있어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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