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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by ts_cho 2022. 10. 21.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난다 펴냄, 2022, 189쪽

 

얼마 전에 지인과 이런 저런 대화 중에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인은 그와  어떤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최승자라는 시인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였는데 나는 그 시인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시인인가 궁금하여 돌아와서 인터넷 교보에서

그의 시집 여러권 중에서 " 이 시대의 사랑" 이라는 시집 한 권과 그의 산문집 한 권을 주문했다.

배달되어 온 시집을 들춰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들도 아닌지라 그의 산문집을 먼저 읽어보면 최승자라는

시인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고 그래서 그의 시도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일독한다.

 

최승자 시인은 1952년생으로 1979년에 '문학과 지성' 을 통해 등단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고려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였고 그 동안 많은 시집을 펴냈으며 니체 그리고 칸트의 번역서도 다수가 있다.

나의 문학적 내공이란게 너무 빈약하니 감히 문학에 대해서 특별히 시에 대해서 언급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었으니 간단히 몇 줄 쓴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를 언급한 것을 그대로 옯겨 보자면

" 다만 내 머리 속에서 무서운 거머리 형상으로 존재하는 당신들을 꺼내어서 아름다운 맑고 깨끗한 세계로

되돌려줄 것이다. 기다려라. 그떄까지. 내 기억의 피를 빨아먹는 찰거머리들이여. 내가 너희들을 어여쁜

인간의 모습으로 회해시켜줄 때까지. 그리하여 나 자신이 회복될 때까지 "

그의 삶은 쓸쓸하고 괴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책 표지의 고뇌에 찬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보아도 그렇고 산문집 전체의 글들도 삶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성찰, 그리고 죽음까지

고독 속에서 극복하고 싶어하는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1993년에 펴낸 시집이 " 내 무덤. 푸르고" 였는데 그 제목은 언젠가 시를 쓰다가 시가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아

시를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를 쓰는 것을 멈추고 5년 정도 신비주의 공부를 하였다는데 시인의 말대로 빨려들어가게 되었고

그 공부의 여파로 환청을 동반한 정신분열증에 걸려 정신과 병동을 들락거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지 못해 병원 신세을 지고 있다는데 그가 겪었던 신비주의 경험을 읽다보면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해서 어떤 신비감내지 막연한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

아무튼 '노자' 를 읽기 시작하면서 신비주의에서 빠져나와 문학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여러 주제 중 죽음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는데 죽음이란 육체적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고 절망, 고통,

아픔, 등등 희망이 아닌  것들이 모두 죽음이라고. 육체적 죽음 이전에 마음이 먼저 죽고, 마음이 먼저 죽는

형식들이 바로 절망, 고통, 아픔 등등 불행의 감정이고. 그리고 그러한 마음의 죽음의 형식들을

마지막으로 물리적으로 완성시켜주는 게 육체적 죽음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 그런 죽음에 대한 의식은

세계에 대한 공포로 부터 왔다고 하면서 쓴 시가 '악순환' 인데 이 시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나마 이 시인의

시 세계를 짐작해 본다.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게 공포였다.

나는 독안에 든 쥐였고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사족:  대학시절 삶에 대해서 방황하고 고민하던 그 시절을 회상한다.

          이제는 그냥 삶을 말 그대로 그냥 살고 있는데 책상위에 그녀의 시집을 놔두고 

          가끔씩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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