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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 유화 ) 복사꽃 마을 사곡리에서

by ts_cho 2023. 4. 16.

복사꽃 마을 사곡리에서, 41 x 31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3

 

주말 비예보가 있었지만 시간당 1-2 mm 정도의 약한 비 그리고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고 하니 출정.

비예보 때문에 참여인원도 평상시보다는 적고 교통도 덜 붐비니  왠지 숨통이 트인다.

사생 목적지로 들어가는 길에 좌우로 복숭아 과수원에 꽃들이 만개해 있으니 문자 그대로 무릉도원.

그림을 시작하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하여 황급히 화구를 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작년 이곳을 왔을 때는 날씨가 너무 좋아 마치 봄 소풍 온 느낌이었는데 화창한 날은 화사해서 좋고

또 봄비가 내리는 날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감상에 젖게하니 그래서 좋고.

두보의 시에 호우시절(好雨時節) 이란 시구가 있는데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고 .....

 

마냥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하여 계획했던 구도에 대충 느낌을 살려 그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가도 비는 그치지 않으니 눈에 담아 온 경치를 생각하며  완성하고 보니  그리 크지도 않은 6호 캔버스에

너무 많이 그려 답답한 느낌이 든다.

짧은 소견이지만 그림의 완성을 100 이라고 한다면 85-90 정도만 그리고 나머지는 그림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상상의 몫으로 남겨야 하는 것이 정석이라던데  항상 나중에 깨닫고 아쉬워하는 것이 나는 110 이상을  그린다는

사실이다. 자꾸 자꾸 더 묘사를 하다보니 붓이 더 가게되고 그러다보니 항상 숨쉴 여백이 없는 그림이 되고 만다.

묘사를 대가처럼 잘 하면 또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어설픈 솜씨로 자꾸 더 더 하다보니 손을 대면 댈수록

그림이 조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어떤 시점에 붓을 놓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막상 그 시점을 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 와서 답답하게 보이는 부분 몇 군데를 나이프로 긁어내고 다시 그려보았는데 글쎄 개선이 되었는지

개악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면서 배운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 크게 괘념할 일은 아닐테고.

그림만이 아니고 돌이켜보면 내 삶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때문에 항상 지나침이 많았던게 아닌가 한다.

현역시절 느긋하지 못해 스스로를 닥달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또 내 기준에 따라오지 못하던

직원들도 많이 닥달했던 것 같고..은퇴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살 수도 있을텐데 아직도 왠지 뭐든지 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 있는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림 한 점 그리다가 새삼 인생을 논하고 있다니 ㅎㅎ

 

( 고치기 전의 그림 )

작년 그리고 재작년 그림을 보니 시간이 지나도 그림 실력은 느는 것 같지도 않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