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시대인,소명에 따르다 ( 정수일 회고록), (주) 북이십일 아르테 펴냄, 2022, 603쪽

 

한참 전에 ( 나중에 정확한 기록을 찾아보니 1996년 그러니까 내가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

한국에서 아랍계 필립핀인으로 가장해서 교수를 하고 있던 사람 하나가 간첩임이 밝혀져서 체포되었다는

뉴스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후일 은퇴하고 나서 어떤 연유에서인지 실크로드에 관한 몇편의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글을 쓴 사람이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이며 바로 그 간첩이었던 사람이란 사실.

조선족 엘리트로 중국 북경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고 중국의 첫 국비 유학생으로 카이로 대학에서 수학하고

카이로 대사관 그리고 모로코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민족 통일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북한으로 가서 교수생활를 하다가 신분 세탁을 거쳐 남한에 아랍계 필립핀인으로 가장해서

와서 단국대 교수를 12년간 하다가 결국 간첩 활동이 들켜 체포되어 사형,12년 감형 그리고 최종적으로

5년의 수형 생활이후 석방되게 된다.

그 5년의 수형 생활 중에도 학문 연구를 지속하고 또 출소 이후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동안 총 33종 41권의 저서 및 역주서를 

펴낸 소설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이다.

 

인터넷 교보에서 우연히 저자의 회고록을 만나게 되는데, 내가 원래 자서전을 읽은 것을 좋아하지만

이 사람이 이 분야 말고는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해서  솔직히 굳이 이 사람의 회고록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도대체 이런 소설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의 인생 역정이 궁금하여

읽어 본다. 책은 603 쪽의 두툼한 볼륨에 책 값이 42,000원이나 하니 사서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의심스럽기도하고...

 

책의 구성은

서장 : 시대적 소명과 시대인

1부 : 만주 유랑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난 삶에 대한 기록

2부 : 옌벤 고급 중학교에서 베이징 대학에 가기 까지의 기록

3부 : 카이로 대학 유학 시절 및 이집트, 모로코에서의 외교관 시절의 기록

4부 : 북한으로 '환국' 하고 나서의 생활에 대한 기록

5부 : 1996년-2000년 한국에서의 수감 생활 기록

6부 : 수감 기간 중에 구사한 학문 연구 총람

7부 : 출소 이후 정착 생활에 대한 기록

8부 : 한국문명교류 연구소 소장으로 실크로드 3대 간선과 4대주 집중 답사에 대한 기록

에필로그

 

워낙 방대한 기록이다보니 여기 몇 줄로 줄여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여태 읽었던 어떤 자서전이나 회고록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말 아주 자세하게 하나 하나 기록이

되어 있어 -개인의 생활 이야기도 이야기 이지만 저자가 연구했던 학문에 대한 기록이 정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을텐데 나같은 일반인이 읽어나가기는

용이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아무튼 일제 식민지 시절에 만주에서 우리 민족들의 삶에 대한 기록들 ,중국 외교관이 되기까지의

자세한 이야기 그리고 북으로 환국하기까지의 배경 등등 격량의 우리 민족사를 깊게 이해하는

계기도 된다.

 

6개국 국적으로 세계를 누빈 다국적자, 음지와 양지를 넘나든 "이중인", 남북한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사람,

박사 학위와 교수직 피탈자, 종횡 세계 일주를 수행한 코스모폴리턴 겸 여행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실크로드학의 학자 등등 소설 같은 삶의 기록을 읽으면서 굴곡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저자에 대한 동영상이 유투브에 몇 개 있는데 그 중 간단한 것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