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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by ts_cho 2023. 12. 21.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추카르추크 지음,최성은 옮김, 민음사 발간, 2021, 392쪽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도 침침해지고 또 집중력도 떨어지다보니 책을 읽는 것도 예전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읽다가 놔두고 다시 읽던 페이지로 가도 어제 읽었던 내용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도 않고 이제는 책을 읽는 것도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책 욕심은 있어 그동안 보고 싶은 책은 꾸준히 사 놓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제대로 완독도 못하고 놔둔 책도 많고 아무튼 새해부터는 좀 더 분발하여 독서생활을 하여야 겠다는

나름 결심은 한다.

 

어찌되었던 이 책은 어떤 연유로 사 놓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동안 올가 추카르추크의 책 두 권을 

읽고 -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아마도 작가의 글에 매료되어 더 읽어 보자고 사 놓은 것 같은데

전에 읽은 태고의 시간들 그리고 방랑자들은 기억을 되살려 보아도 전혀 그 내용이 생각 나지 않으니

참 문제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니 노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그리고 2019년 맨부커 인터네셔널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의 이 책은 읽는 내내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추리 소설이라지만 그 내용이 그냥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고 철학적인

메세지가 담긴 내용인데  본격적인 추리소설에 비하면 그리 대단하게 구성된 추리소설은 아니니

읽는 동안 추리소설이 주는 긴장감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한 문장 문장이 묵직하고 아름답고 내용 자체가

무엇인가 생각을 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보니 독서의 즐거움은 충분하다.

 

이 소설의 주제는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인  채식주의, 생태주의,동물권 수호 등이 그대로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인간들의 무절제한 동물 학대 그리고 사냥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작가에게 이 세상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이고 인간은 '작지만 강력한 그 단일체의 일부' 에

불과하다. 생태계에서 인간은 자연과 서로 동등한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상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거대한 그물망이며,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은 다른 존재와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귀절이 계속 언급도 되고 우리에게는 낯선 점성술

이야기까지 이국적인 분위기을 느끼게 해주는 글을 읽으면서 그냥 단순하게 언어의 유희로 만들어지는

소설들과는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용은 간단한게 무절제한 사냥을 한 사람들을 동물들의 대신해서 복수한다는 것인데 그 단순한

내용을 갖고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역량이 역시 노벨상 수상 작가답다라는 생각을 한다.

 

책 여기 저기에 언급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귀절 몇 개 옮겨본다

 

"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멈춘다"

"주인의 문간에서 굶주리는 개는 국가의 패망을 예견한다"

"필멸의 운명으로 태어나는 모든 존재는 대지에 의해 삼켜지리라"

"자신이 보는 것을 의심하는 자는 무엇을 행하든 끝내 믿지 못하리라. 

  태양과 달이 서로에게 의심을 품으면 둘 다 곧 하늘에서 사라질 것이다 "

" 감옥은 법의 돌로 지어지고 매춘굴은 종교의 벽돌로 지어진다"

"숲속 여기저기를 헤메는 들사슴은 인간의 영혼에 불안을 안긴다"
"길 위에서 혹사당한 말은 하늘에게 인간의 피를 요구한다"
"새장에 갇힌 울새의 붉은 가슴이 천국을 온통 눈노에 빠트린다"

"음메,멍멍,어흥,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천국의 해변에서 철석이는 파도다"

 

사족 :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 작품 그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한편 참 공허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들은 서로 죽이는 전쟁을 하고 있어 가자지구에선

2만명  이상이 죽고 부상자만 해도 5만명 이상이라고 하고 또 우크라이나,아프카니스탄 등등

인류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전쟁을 통해 정말 엄청난 학살이 자행되어 왔는데.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인류의 역사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 수가 일억명에 육박한다고.

같은 인간끼리도 이렇게 잔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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