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쌤앤파커스 발간, 2015. 232 쪽
일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교보문고 E Book 6개월 구독권으로 볼 수 있는 책의 종류는 참
허접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취향 기준이지만 . 그래도 공짜이니까 뭐 볼만한 책이 없나
뒤져보다가 이 책이 있어 한번 읽어본다.
젊은 소방관이 쓴 책인데 아직 화재 소방관 경력은 없고 도심 119 구조대원 , 산악구조대원,
그리고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아직은 화재 소방관은 아니지만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화재소방관들과
같이 겪은 이야기도 있고.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 때문에 상처받고 매년 현장에서 목숨을 읽어가는 선배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틈틈히 쓴 글을 모았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글솜씨는 대단하지 않지만 스토리 자체가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절체절명의 치열한 현장의 기록이다보니 흡인력이 있다.
언젠가 김훈 작가가 쓴 소방관의 삶을 다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 그래서
김훈 작가는 명예소방관으로 추대되었다고 한다- 소방 현장에서의 치열함은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숨이 막히는 긴박함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뉴스에 의하면 소방공무원들 중에 다섯 명 중 한 명은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증을
앓고 있고 공황장애를 얻어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사람도 많다고 한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7% 나 되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소방공무원들이 감당해야하는 어려움을 이 책을 읽으면서
어설프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씩 화재 뉴스와 함께 나오는 소방공무원들의 순직 소식들을 듣는다.
TV에서 보는 그들의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은 젊은 아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럴 때마다 나오는 뉴스는 우리나라
소방 공무원의 처우가 정말 열악하여 항상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소방 장비도 엉성해서 각자 개인 돈으로 좋은 장비를 구매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왜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기 목숨을 담보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은
우리 나라가 아직도 선진국이 되기에는 멀었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001년 홍제동 가정집 화재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단 한사람을 구하기 위해 소방관 9명이 망설임 없이 불타고 있는 집 안으로 진입했다.
그 때 벽이 주저 앉으며 9명 전원이 매몰되었고 6명이 숨졌다. 당시 순직한 소방관들 중
고 김철홍 님의 책상에는 이런 시가 놓여 있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내가 늘 깨어 살필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이 시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 라고 잘 알려져 있다는데 스모키 린이라는
미국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어린아이들을 구출해내지 못한 1958년 어느 날
쓴 것이라고 한다.
미국 이야기 하니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벌써 20년도 전이지만 9.11 테러 사건시에
불타고 있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비상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고 있을 때 소방관들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그 계단으로 올라갔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사망한 소방관의 수가 343명 ( 전체 사망자는 2,977명 )이라고
한다. 남들은 대피하고 있을 때 그 위험 속으로 묵묵히 진입하는 모습들은 정말
어떻게 말과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함 그 자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겨울 화재 소식이 잦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이 시간에도 위험한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새삼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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