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장편소설, 박경희 옮김, Media 2.0 발간, 2008, 208쪽
지난 주 안과에 갔다 오는 길에 지하철 이수 역사 내에 있는 중고책방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사실 중고책방에서는 별로 내 취향의 책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침 시간의
여유가 있어 책 구경을 하다가 이 책과 또 다른 책 한권을 골랐다.
고전 말고 현대 외국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으니 서가에 많이 꽂혀 있는
외국 소설책들을 보고도 어떤 책이 좋고 재미있는 책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몇 권 들춰보다가 이 작가가
국제적으로 아주 유명하고 또 이 소설로 1998년 맨부커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니 골랐다.
그리 두껍지 않은 장편소설인데 스토리도 비교적 단순하다. 저명한 작곡가, 일간지 편집국장,
출판 재벌, 외무장관 네 사람과 관계가 있었던 여인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외무장관의 외설스런 사진을 신문에 공개하는 것을 두고 작중인물들 간의 갈등,
그 갈등의 마지막에 암스테르담으로 간 작곡가와 편집국장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과연 좋은 소설이란 스토리가 좋아야하는지 아니면
스토리는 별로 대단치 않아도 작중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상황묘사가 뛰어나면 다른 말로
글재주가 좋으면 좋은 소설인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그 두개가 다 뛰어나면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테고.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소설의 스토리는 유럽인들에겐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별로 현실성이 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작가의 글솜씨가
워낙 출중하다보니 글을 읽는 재미는 그런대로 있었지만 과연 이 소설이 그 유명한 맨부커상 감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그동안의 커리어를 감안한게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본다. 인터넷에 보니 여기저기 대단한 칭찬 일색이던데 솔직히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어떤 이는 아마도 내 문학 수준을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한편 그림도 주제가 좋으면 그림 솜씨가 서툴러도 볼만한 그림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주제는 별로이지만 그림 솜씨가 좋아 그 솜씨에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명작이라고
하려면 주제와 표현방법 양자가 훌륭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주제가 우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아가서 우리네 인생의 경우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어떤 이는 세속적으로
높은 자리에도 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도 얻었지만 그 삶 자체가 비루하고 지저분한
인생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적으로는 별 볼일이 없는 필부의 삶이여도 진지하고
성실한 삶을 산 사람도 있는데 이 양자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전자보다는 후자가
가치있는 삶을 살았다고 평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텐데 그러고 보면 인생에서는 주제보다는
삶의 과정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일테고....
물론 양자가 좋으면 금상첨화인 것은 또 두말 하면 잔소리.
소설 한 권 읽으면서 서로 관련이 없는 아니면 있을 수도 있는 그림 또 인생까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횡설수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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