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지음, 황보석 옮김, 문이당 발간, 1997, 414쪽
가끔씩 들르는 이수역 중고서점 알라딘 외국소설책 코너에서 갖고 온 책.
이제는 정치 경제 등등의 사회과학책은 어느 정도는 읽은 것 같아 당분간
거리를 두기로 하고 골치 아프지 않은 문학책 위주로 읽기로 했지만
사실 외국 소설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선정 기준은 그냥 유명한 문학상
수상작을 고르게 되는데 이 책은 1997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주 유명한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첫 소설을 낸 것이 맨부커상 수상작이 되었는데
문장력과 소설의 구성이 아주 탁월하다. 한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맨부커상이 영국에서 주는 상이다보니 영미권이나 아니면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작가들에게 주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물론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수상을 하기도 했지만 )
어찌되었던 소설의 무대가 되는 장소는 인도의 남서부 아예메넴이란 마을인데
구글 지도에서는 찾을 수는 없는 가공의 마을인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코친(지금은 Kochi라고 부르고 있는) 이라는 인구 800만 정도의 큰 도시와 가까운 시골 마을로 되어 있다.
현역시절 몇차례 인도 출장을 갔었는데 한번은 남부로 갔다가 코친이란 도시에서 일박을
한 기억이 있다. 당시 다른 인도 도시들과는 달리 마치 유럽과 같은 느낌을 주는 아주
정비가 잘 되어있는 도시여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 코친이란 도시는 포루투칼이
한동안 식민지로 갖고 있었던 도시였고 대항해 시절 유럽에서 아시아로 오는 선단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인도양을 지나 정박했던 유명한 항구였기 때문에 다른 인도 지역과는
다른 점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힌두교가 거의 국교인 인도에서 이 지역은 기독교 신자의
수가 거의 40%나 육박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은 이 마을에서 태어난 에스터와 라헬이라는 이란성 쌍둥이가 커서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오면서 시작되고 있는데 사건의 전개에서 시간과 공간이 매우 빠르고 또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식으로 쓰여 있어 처음에는 감을 잡는데 신경을 써야하지만 아무튼..
주인공의 대가족은 그 마을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를 갖고 있는 중산층 정도로 보통 인도인들과는
달리 기독교도 집안이며 주변의 대도시 코친에 문화 생활을 위해 왕래도 하기도 하는데
영국 유학을 했던 가족도 나오면서 과거 전통적인 인도 문화를 고집하는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갈등도 있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인도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한편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문제점과 뿌리 깊은 남존여비 사상등 인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면들은 내가 당시 인도 출장시에 만났던 장면들과 너무도 흡사하다보니
눈에 선하게 상상이 되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하게 된다. 아무튼 독특한 문장력으로
인도 전통적인 제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니 데뷔와 동시에 맨 부커 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40여 언어로 번역되어 600만부 이상이나
팔린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사족 : 요즈음은 왠지 책을 읽고 요약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전처럼 쉽지가 않다.
어휘 구사도 그렇고 또 빨리 빨리 두뇌 회전도 되지 않다보니..
이게 노화의 증상일텐데 노화 예방을 위해서는 좀 더 성의있게 글을 써야겠다는
반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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