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 2017. 304쪽
얼마전에 스가 아쓰코의 "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을 읽고 그녀의 글 특별히 내용보다는 문장력에
반해서 그녀의 수필집 한권을 또 읽는다.
전체 12편의 수필이 실려있는데 처음 몇편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것들인데 별로 공감이
가는 내용도 아닌데다 문장도 왜 그런지 산만하게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 일전에 받았던 감동을
떠올리며 왜 이러지하고 갸우뚱하였지만 마지막 두편을 읽고는 역시 다시 그 감동이 살아난다.
사실 그녀의 수필 내용은 일종의 신변잡기 수준이라서 특별히 감동을 받을만한 줄거리는 아니지만
-수필이란게 원래 그런 성격의 글이기는 하지만-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하며
아주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는 실력이 대단하다보니 예순 한살에 문단에 데뷔할 때부터 이미
완성된 작가라른 호평을 받았다는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스가 아쓰코에 대한 이야기는 일전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을 읽고 쓴 글에서 했으니 여기 굳이
반복할 필요는 없고..
마지막 두편의 수필 중 하나는 제목이 " 아스포델 들판을 지나" 인데 남편이 죽기 얼마 전에 친구들과
떠난 여행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편과 이태리 해양 휴양지 소렌토와 가까운
한적한 마을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가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남편의 죽음으로
글을 맺고 있는데 그녀가 느꼈던 상실감을 덤덤하지만 애절하게 쓰고 있다.
그림도 어떤 대상을 그릴 때 화법이 다양하지만 이 작가의 글을 그림에 비교해보면 담백하고 투명한
수채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도 어떤 상황 묘사에 있어 김훈 작가의 글처럼
건조한 뼈대만 남겨 임팩트를 강하게 주는 문장도 있지만 이 작가는
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그렇지만 과도하지는 않게 감정의 흐름을 묘사하는데 그 감정이
책을 읽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전이가 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한편은 " 오리엔트 특급열차" 라는 글인데 아버지의 임종에 즈음하여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쓴 내용으로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또 직접은 표현을 안해도 딸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이다.
일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일본 음식점에 가서
정식 같은 메뉴를 시키면 다양한 아름다운 모양과 칼라의 그렇지만 난하지는 않게
꾸며진 음식이 나오는데 맛은 또 강하지 않고 담백한게 특징인데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
마치 이런 음식을 먹는 느낌을 받는데 남들이 이 이야기를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나이가 들어서인지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수필은 이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그래도 간만에 좋은 수필집을 만난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묘사한 그녀의 글 한 귀절을 옮겨본다
" 오후의 바람이 레몬 잎 안쪽을 천천히 쓸고 지나가면 군데군데 때이른 노란빛으로 물든
진녹색 숲에 희미한 술렁거림이 이어진다. 올려다보면 난반사한 빛이 어둡게 느껴질 만큼
7월 하늘의 한 조각이 잎 사이로 어른거린다. "
그녀의 글은 Mozart Piano Concerto No.23 II Adagio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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