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석천리 봄날에, 41 x 31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5
지난 주 갔던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인 석천리라는 동네.
너무도 평범한 특징이 없는 시골 풍경이다.
모내기가 끝난 논을 그려보기로 하는데 하늘이 비친 물의 표현에 애를 먹는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때로는 짙게 드리워졌다가, 때로는 옅어진다.
그럭저럭 그렸지만 물에 비친 그림자 표현이 어설퍼 아쉬움이 남는다.
현장에서는 세밀한 묘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감정을 따라 그리자고 다짐했지만,
숙달이 되지 않으니 마음처럼 쉽사리 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교장이셨던 아버지께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대전과 충남 한적한 시골 학교들을
오가며 근무를 하셨고 그 덕분에 잦은 전학을 경험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
시골 학교에서는 봄에는 고학년 학생들이 모내기 일손을 돕기 위해 논으로 향했는데,
대전이라는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나는 논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몹시 꺼려지는 일이었다.
종아리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대는 거머리의 존재와 발을 푹푹 빠뜨리는 논의 진흙 감촉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하지만 교장 아들이라는 이유로 더욱 솔선수범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감히 농땡이를 부릴 수도 없었고....
물론 요즘은 모내기를 기계가 모두 대신하지만, 푸르게 펼쳐진 모내기 끝난 논을 바라보니
아주 아주 오래전의 추억이 새삼 아련하다.
문득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의 가사 마지막 귀절이 떠오른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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