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부두에서, oil on oil paper, 24x32cm, 2013.10.12
지난 토요일(2013.10.12) 토요화우회팀과 같이 인천 연안부두에 다녀왔다.
그동안 연안부두는 여러번 다녀왔지만 내가 주로 스케치하고 사진찍던 반대편 수산물 창고쪽으로는 처음
가봤다..연안부두 선착장에서 서쪽을 바라볼때는 해가 바다에 반사되어 바다색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동쪽을 보니 제대로 바다색을 그릴 수 있었다.
단지 그쪽이 수산물 공판장이 있고 또 까나리젖 공장이 있어서 그림 그리는 내내 짠내가 엄청 심했다.
현장에서 배를 디테일하게 그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비교적 넒은 장면을 선택하여 약 3시간정도 걸려
그림을 완성하였다. 땡볕에 짠내를 맡아가며 서서 그리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림이 비교적 내가
의도한대로 그려져 기분이 매우 좋았다...세상이 전부 디지탈화하고 또 편한쪽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무거운
화구를 들고 뜨거운 태양아래 냄새나는 곳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시대의 흐름에 역행해서 사는 즐거음 !
그림 그리는 순간만은 내 속에 각인되어 있는 허무주의가 잊혀지고 그 순간 그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요새는 머리속에 항상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하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why라는 왜 그것을 그려야하나 또 더
나아가서 왜 그림이란걸 그려야하나하는 원론적인 화두가 빙빙 맴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은 알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희열이 나를 감싸고 있다.
그건 그렇고...그동안 바다 그림을 여러장 그렸었지만 항상 현장에서 대충 연필 스케치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사진을 찍어와서 사진을 보고 그려왔는데 이번에 정말로 그렇게하면 살아있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이번에 현장에서 찍어 온 사진을 보니 내가 그곳에서 보았던 그런 바다 색갈은 아니고 블루색이 강하게
카메라가 각색하여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현장에서 내가 받은 느낌과는 너무 차이가 있었다.
현장에 몇번가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바에야 이렇게 작은 켄버스나마 들고 현장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고
나중에 사진은 형태를 참고하는 정도로 해야한다는 외국 화가들의 방법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현장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잘 그려지지 않아 집에 와서 나중에 그려 넣었고 나머지는 전부 현장에서 완성이
되어 여태 그린 바다 그림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어 이것을 10호나 12호에 같은 느낌으로 그릴
예정이다..
요사이 며칠동안 컴퓨터가 고장나서 많이 불편했다. 아직도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가 마치 나의 뇌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다..컴퓨터가 다운되니 나의 뇌의 일부가 망가져서
실제로 하루를 살아가는데 너무 불편함을 느꼈다...좀 더 이런 기계에서 벗어나서 아나로그적인 삶을
살아야할텐데 현대인의 삶은 그런 기계로부터 벗어 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몇 장...현장의 뜨거운 태양, 짠내가 없는 죽은 사진들이다..이런 사진을 보고 그리면
그야말로 풍경화가 아니고 바람이 빠진 경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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