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무봉리에서, Oil on oil paper, 25x35cm, 2013
어제 토요일(2013.10.19) 토요화우회팀과 함께 포천 무봉리라는 조용한 마을에 야외 스케치 다녀왔다.
수령이 약 300여년된 커다란 느티나무 세그루가 동네 마을회관 앞에 멋지게 버티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 그리기전에 구도를 잡는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한시간 가까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좋은 구도를 잡으려고 연구해보아도 어떻게 멋진 구도를 잡을까 영 소위 필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이 마을은 이 느티나무로 유명하다고 하니 느티나무를 그리기로 하고 좀 떨어져서 다리와 함께
그리기 시작했다..5호정도밖에 되지 않는 캔버스에 이번에는 비교적 큰 붓으로 작은 터치하지 말고 명암과
전체적인 구성에만 신경을 써서 그리자고 시작하였으나 으례 그전까지 하던 버릇-작은 붓으로 디테일을
살리려는 노력-이 나와서 그리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그리면서도 이건 아닌데 하면서 그리고 있으니 그러면
책에 써있는대로 해야할텐데 그렇게 좀 시도해보면 고수들은 그렇게해서도 멋지게 표현이 되든데 나는 잘 되지
않고 아무튼 계속 불편한 가운데 그림을 그렸고 집에 와서 오늘 일요일 한두시간 정도 더 그 상태에서 초가을의
느낌을 내면서 그럭저럭 완성했다..
그려놓고 보니 느티나무처럼 생기지도 않고 정말 별로인 그림이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의 기록을 위해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다.
화우회 싸이트에가서 다른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항상 나는 구도를 너무 평범하게
잡아 그림에 극적인 점이 떨어져 편안함을 주지만 어떤 긴장감을 주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그냥 느티나무만 크게 그 특징을 살려 그려볼까도 생각했었지만 결국은 그냥 또 평범한 구도로 그리다니 스스로 많은 자괴감이 든다..어차피 조그만 캔버스에 작품을 남기는 것도 아닌바에야 과감히 내 기존의
사고틀을 깨는 노력을 하여야한다..
지난주에는 연안부두에서 그림이 잘 그려져서 의기양양하고 이번주에는 낙담하고....끊임없는 연습 연습이
필요하다..
지난 주에 Amazon에 오더한 책들이 와서 읽고 있다..그중에서 Hawthorne on Painting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Hawthorne이란 화가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그 지도한 내용을 노트한 것을 모아 비교적 조그만 책으로
편집한 책인데 그림을 없고 그냥 글만 있어 좀 실망했으나 그래도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하고 머리말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 바가 있다..화가란 남들도 그냥 보는 경치를 그려서는 안되고 남들이 보는 경치, 넓게 얘기해서 그리려는 대상에서 일반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미를 찾아 그것을 그려서 남들로 하여금 그들이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어야한다는 얘기인데 지금 나는 그 대상 속에 숨어있는 미를 찾아 내어 표현하기는 커녕
그 대상을 비슷하게 그리려고 급급하는 수준에 있으니 사물을 볼 때 그 속에 있는 미를 찾아내는 심미안을
길러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거리,바다등은 많이 그려봐서 비교적 그리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한국의 산하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일단 연습을 많이 하여 비슷하게라도 그리고 그 다음에 거기서 한 발 더나가서 미를 표현하는 단계에 갈 수
있도록 하여야 남들도 감동을 받는 그림이 될 것이다..
그 동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옆에 와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동네가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 놓고 보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 인지 미처 몰랐다고...부끄러운 얘기이다.
이정도를 가지고 그런 소리를 듣다니..
다음부터는 좀 더 원색을 많이 쓰고 더 큰 붓으로 심플하게 표현하고...이러면서 머리속으로는 뭔가 늘고 있지만
손이 늘어야한다..고호는 하루에 3점도 동시에 그렸는데 일주일에 하나 끄적거려서 어찌 정말 좋은 화가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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