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자락에서. 41x31.8cm, Oil on canvas, 2014
지난 토요일(2014.01.18) 다시 도봉산으로……
올해 들어 첫 주는 수락산역, 두 번째 주는 장암역, 이번에는 도봉산역..
계속 7호선 끄트막에 있는 역으로 야외 사생을 나간다.
멀어서 좀 피곤하지만 돌아올 때 그래도 앉아서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는 6F 캔버스를 준비했다..경험상 4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에 8호는 좀
내 실력에 무리가 있어 6호를 준비했는데 적절한 것 같았다.
현장에서 최대한 분위기를 살리고 집에 와서 한시간정도 간단히 마무리하니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겨울산의 스산한 느낌을 살리려고 하다 보니 좀 탁해진 것 같기는 하나 그런대로
무난한 것 같은데 글쎄 또 내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그 당시에는 잘 된 것 같아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또 부족한 게 자꾸 나오나
그렇다고 손을 대기 시작하면 현장감을 망치게 되니 여기서 스톱…
사인을 봐꿨다…그전 사인이 너무 단순한 것 같기도 해서..
지난 밤에 눈이 내렸다…계속 겨울은 깊어간다
1월도 벌써 2/3가 지나가고 있다.
새삼 시간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창 밖을 보며 문득 내가 좋아했던 시를 생각한다.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송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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