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stone work : CD보다 조금 더 크다.
미안마에서의 추억 하나.
(Precious stone and Gemstone painting)
2007년인가 플란테이션 비즈니스로 미안마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이후 2008년 1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싸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안마를 휩쓸어 안타깝게도 수많은 노력이 무산되고 말았지만.
아무튼 일과가 일찍 끝나고 현지 파트너들과 호텔 로비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니 갑자기 그러면 갈 데가 있다고 하면서
나를 양곤 시내 외곽에 있는 조용하고 허름한 지역으로 데리고 간다.
그 지역에 있는 어떤 조그만 집에 들어가보니 이제 갓 열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여러 명 조그만 책상에 앉아서 어디선가 가공하고 남은
상품가치가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색깔의 보석이나 희귀한 돌 부스러기를
-루비, 에메랄드, 옥, 토파즈 등등 색깔 있는 돌 가루 등- 각자 앞에 늘어 놓고
다 낡은 조그만 사진을 보면서 핀셋으로 집어서 조그만 패널에
색깔을 맞추어 붙여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벽에는 완성된 작품이 제법 큰 것부터 조그만 앙증맞은 것까지 이런 저런
소위 이발소 그림 같은 것들이 걸려 있다.
꼼꼼하게 하나 하나 하나 보석 가루를 붙여 그림을 만든 정성에는 감탄했지만 별로
그림들이 예술성 측면에서 맘에 들어 하지 않으니 주인이 구석으로 데리고
가는데 그 곳에는 숙달된 아이가 앉아서 유명한 명화를 보고 거기에 맞는
색깔의 보석가루를 찾아 붙이고 있다. 보니 고호, 클림트, 모네, 마네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조그만 패널에 만들고 있는데 그 어린 아이가 지금
자기가 흉내 내고 있는 그림이 물론 어떤 그림인지도 모를 거고 그냥 하루
종일 조그만 핀셋트로 집어 본드를 바른 판에 붙이고 있는데 하루 일당이
얼마라고 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여간 많이 낮다는 느낌을 기억한다.
이것 저것 하도 성의 있게 만들어 몇 점 사려하니 이미 홍콩 어딘가에서 주문 받은
상품이라 몇 개 밖에 팔지 못하겠다고 한다.
같이 갔던 분이 두 점인가 세 점 사고 나는 두 개 사고…한 개에 30-40불 정도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아무튼 예술성은 없겠지만 그래도 후진국의 그 어린 아이들
고사리 손으로 하루 종일 만든 작품이 조그만 것도 이삼 일 걸린다는데 고작 삼사십불
정도라니…
미안마에는 보석이 특히 루비 등 귀한 보석류가 많이 나와 보석 가공업이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데서 나오는 부스러기를 가지고 이런 일도 생기고
그러나 미성년인 아이들이 하루 종일 몇 점이나 만들겠는가 그러다 보니 별로 좋은
산업이 아니라 미안마에도 이런 공장(?)이 흔하지는 않다고 한다.
이제 미안마도 개방하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아직 이런 일을 하는
영세 가내수공업(?)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 이 글을 쓰고 나서 인터넷을 찾아 보니 미안마에는 본격적으로 이 잼스톤
페인팅 산업이 아직 잘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다. 큰 것들은 가격이 200불 이상도
하고 있으니. 그리고 유니폼도 입고 일하는 본격적인 공장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가 본 곳은 조그만 영세 공장이었던 모양이다.)
그 이후 베트남 호치민 시내에서 우연히 기념품 가게에 들어 가보니 이와 유사한
Gemstone painting들이 있어 어디서 갖고 왔냐고 하니 미안마라고 한다.
그리고 명화를 복제하는 것은 색깔 맞추기가 쉽지 않은지라 흔치 않고
그냥 평범한 그림들 뿐이다.
물론 가격은 기념품 가게인 만큼 훨씬 더 비싸서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보석 가루로 만들었으니 빛을 받으면 반짝거려 예쁘다고 하지만 집에 와서
그냥 어디 서랍에 넣어 두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꺼내 본다
보석가루를 붙인 패널이 그리 고급은 아니고 또 본드도 물론 싸구려겠지만 그래서인지
그림판이 시간이 지나 휘어져 있다.
볼 때 마다 그 때 미안마의 어린 소녀들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라가 가난하면 이렇게 국민이 생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한참 산업화를 사작할 때 가발은 물론 오만 잡동사니 다 만들어서
수출하면서 오늘의 풍요를 만든 게 아닌가?
나도 직장 출발을 종합상사에서 시작하여 수출한답시고 참 많은 영세한 하청공장
다녀본 경험이 있다. 성남, 성수동등지에 참 많은 조그만 공장들이 많았었는데.
그 이후 동남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가난한 지역을 많이 가보아서 그런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그 이면에 있는 부의 심각한 양극화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미안마 사람들은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수많은 빈국들은 그냥 빈곤에 무방비 상태가 아닌가.
흉내만 것이지만 그래도 명화를 흉내 낸 것이니 보면서 작은 즐거움도 있지만
글쎄 볼 때 마다 그 때 조그만 소녀들이 일하던 모습이 떠올라
알 수 없는 어떤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려온다.
PS.인터넷에 이미지 찾아 보니 그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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