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일본판 “이방인”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어쩌면 가장 일본 문학 냄새가 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문학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지만 책에 써 놓은 것을 보니
유명한 일본 작가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작가로서 이 “인간실격”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고 머리 속에 넣고 생각을
좀 더 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한 여린 심성의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파멸되어 가는 내용으로 실제 작가가 겪은 삶을(작가도 결국은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자살로 마감하게 된다) 어느 정도 유사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물론 자기 스스로 현실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점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 나이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방황 속에서 어쩌면 불가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
일본의 전후 세대들이 전쟁 이후에 느꼈을 정신적 아노미 현상 속에서
허무한 일상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주인공 요조의 심리가 어쩌면 모든 젊은이들이
그 나이에 통과의례로 지나가는 과정이며 그 가운데서 현실에 잘 타협하여
적응하는가 아니면 실패하는가에 따라 세상에서 얘기하는 소위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는데 부분 부분 내 젊은 날에 느꼈던 그런 심리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 공감이 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내가 또 흥미 있게 읽었던 내용은 역자 김춘미가 쓴 작품해설인데 왜 일본이 유난히
자살이 많고 또 유명한 일본 작가들의 자살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것을 읽고
막연하나마 왜 일본에서 자살이 미화되고 또 많은 작가들이 자살을 하였는가에
대해 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절대적인 절제된 미덕을 추구하는 느낌을 주는 일본 문화에서 자살은 어쩌면
그런 문화의 자연스런 결과물이고 특히 정신적으로 민감한 예술가들은 더욱 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내 개인 생각이고 좀 더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일문일답”이란 글에서 “ 교회는 안 나가지만 성경은 읽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일본인만큼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인종은 적지 않을까 합니다” 라고
했다는데 일본의 기독교 인식은 구원보다는 다분히 인간적인 것으로 이해해 볼 때
결국은 저자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것도 기독교의 교리에 위배되는 그런 종교적인
인식의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현실에 적응을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가 결국은 패배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인간실격”이라고 이 사회는 정의하고 있을 것인데 과연 이 정의가 옳은
정의인가에 대해 이 책의 뒤에 같이 수록된 비교적 짧은 소설인 가롯유다가
예수를 사랑하고 또 원망하는 내용의 “ 직소”와 같이 음미할 여지도 남겨
놓고 있다.
삶의 과정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통과의례, 쓰러지지 않고
무사히 통과하여야 하는데 마치 연어가 산란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 올 때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것과 어쩌면 유사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곧 제3자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종교로 가는 길은 아닌바 그 고통은 순전히 자기만의 몫일 것이다.
( 다시 읽어 보니 내용이 좀 횡설수설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음 기회에
좀 더 내용을 사유해보고 나서 다듬기로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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