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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깊은 강- 엔도 슈사쿠

by ts_cho 2014. 8. 13.

 

나가사키에 있는 그의 문학관에 있는 비석..또 다른 대표작인 "침묵"에 있는 글귀라고..

"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깊은강, 엔도 슈사쿠(1923-1996) , 민음사

 

교보 인터넷 여기 저기 둘러 보다가 우연히 만난 책.

물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발행된 책이니 이미 잘 알려진 문학작품인

모양이다.

엔도 슈사쿠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기독교에 관심이 있어 좀 더 기독교를

알기 위해 이 책 저 책 보다가 당시 그가 쓴 예수의 생애” “크리스토의

탄생을 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 기억을 돌이켜보면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부활의

의미를 꽤나 인간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아무튼 당시에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종교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져서- 하기사 종교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떤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내 스스로 뭔가 과학적으로

아니면 적어도 논리적으로 확신을 갖고자 했던 시절이니- 그냥 그 이후 엔도

슈사쿠라는 이름을 잊고 있었다.

 

엔도 슈사쿠는 일본에서 유명한 대표작가로 알려져 있다.

3세 때 아버지를 따라 중국 대련에 가서 살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 게이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 프랑스 유학까지 한 인텔리 작가로서

카톨릭에 귀의하여 기독교 관련 책들을 써 로마 교황청에서 기사 작위도 받은 바

있고 또 그가 쓴 기독교 관련 소설들로 많은 상을 받은 바도 있다.

깊은강은 그가 고혈압 당뇨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죽기 얼마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1993) 책으로 마이니치 예술상과 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근자에 읽어 본 책 중에서 베스트라는 생각.

작가의 평생에 걸친 종교적 사유와 내공을 압축하여 그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으며 또 문학적으로도 긴박감이 있게 구성이 되어 단숨에 읽었다.

작가의 개별적인 경험-만주 대련에서 보낸 어린 시절, 투병 생활, 병상에 있을 때

경험한 구관조의 죽음, “테레즈 데케이루에 대한 심취와 랑드 지방 여행 등-

각기 다른 네 사람의 경험으로 엮어 인도 바리나시(varinasi)로 떠나는 여행 중에

각자 내면의 상처들과 또 종교적인 사유를 잔잔히 써 내려가고 있다.

 

결국 본인은 캐톨릭 신자이지만 절대적으로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모성적인 신의 세계로 이른다는 메시지를 얘기하고 있는

그의 종교관이 인도 바리나시가 주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잘 나타나고

있다.

 

나도 한 때는 기독교에 대한 강한 열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왠지 모든 것이 허무하고

우연적으로 느껴져서 요사이는 철저히 무신론적인 종교관을 갖고 있지만

지구상에서 종교의 이름 하에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과 살육, 갈등 등을 볼 때

기왕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좀 더 성숙한 자세로 본인이 믿는 종교의 본질에 대한

이해 그리고 타 종교에 대한 관용 등이 필요한데 과연 종교의 속성상 그게

가능할까…..아직 나는 여기에 대하여 상당히 회의를 갖고 있지만 .

 

어떤 문학작품을 읽을 때 그 장소가 읽는 사람에게 익숙한 장소라면 훨씬 더

느낌이 다르리라.. 인도출장을 열 번도 넘게 가고 또 인도에서도 ‘End of World”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캘커타도 가봐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느껴온다. 또 미안마 장글 얘기도 실감이 나고….

아직 Varinasi에는 못 가봤지만 언젠가는 한번 꼭 가보고 싶다.

탤런트 김혜자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에 그가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었을 때

류시화시인을 따라 Varnasi에 가서 갠지스 강가에 앉아 시체 태우는 광경을

며칠 동안 보고 왔다는 얘기가 기억이 난다.

 

결국 삶이란 자기가 짊어져야 할 자기만의 짐인데

종교가 진정 그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사족 1. 엔도 슈사큐의 문학이 기독교적인 얘기라 독자층이 제한되어 있는 모양인데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란 생각.

사족 2. 많은 여행과 경험은 어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그 느낌과 즐거움을 배가

        시키게 된다.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은데 나이는 먹어 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