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엔도 슈사쿠 지음, 바오로딸 출판
엔도 슈사쿠의 “깊은강”을 읽고 다시 그의 글에 관심이 생겨 “침묵” “숙적 1,2”권을
읽다.
“침묵”은 17세기 일본에 파견되었던 카톨릭 신부들의 이야기로 실제의 인물이었던
폴투갈의 신부 “오카다 산에몬”(로드리고) 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소설로
일본에서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종교소설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여 17세기 일본은 서구의 문명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같이 천주교도 받아 들여 한때는 천주교가 꽤나 융성하기도 하였으나 도쿠가와 히데요시
지배하에서 다시 천주교를 배척하게 되면서 수많은 신부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하는 역사가 있었고 그 가운데서 한 포루투칼 신부의 배교 과정에 그가 느꼈던
치열한 정신적 갈등을 기록한 소설로 책 제목 그대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하고
있는데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신가에 대한 로드리고 신부의 정신적 회의와 또 긍정이
반복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국은 자기가 배교함으로써 죄 없이 죽어 가는 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살리게 되는데
그가 절규하는 장면은 실제 나도 한때는 하나님을 열심히 믿었던 사람으로서 갖는 동일한
의문이어서 더욱 공감이 가기도 했다.
무엇을 위한 순교일까요? 저는…….순교를, 이를테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돌아갈 때 공중에는 영광의 빛이 가득하고 천사가 나팔을 부는 그런 빛나고 화려한
순교를 지나치게 꿈꿔 왔습니다…….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바다는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로드리고는 감옥에 갇힌 후, 바다에 빠져 죽는 신도들을 따라가다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은 동료 가르페를 생각하며 또다시 하나님께 질문한다.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갑자기 이 소리가 모키치와 이치소우가 죽어가던 바다, 거적을 두른 배에서 잇따라
떨어지던 신도들을 좇아가던 가르페가 떠있던 바다에서도 완강하게 침묵하고
계신 하나님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가슴을 후벼 팠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나님이 없다면 수없이 바다를 횡단하여 이 작은 불모의 땅에 한 알의 씨를
가져온 자신의 반생은 얼마나 우스꽝스럽단 말인가. 그리고 가르페도, 힘없이 죽어간
신도들도 모두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결국은 침묵의 의미는 그냥 침묵하시는게 아니고 수많은 순교자들과 함께 동행하시면서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예수님의 성화를 밟고 지나가는
배교를 스스로 합리화(?)하게 된다.
사족….솔직히 나도 한 때 수많은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의문으로 많은 책들을 보았으나
내 머릿속의 논리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오히려 그런 류의 책들이 정말 신앙 생활을
한다면 방해가 된다는 생각도 해 보았던 적이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은
논리 밖의 일인데 자꾸 이리 저리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들면 오히려 더 어색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글쎄…기독교 신자라면 하나님의 침묵이 그냥 침묵하는 게 아니고 그 분의 어떤 뜻을
실현 시키는 과정 중에 하나이고 하나님도 같이 슬퍼하신다고 생각해야지만 되지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게 뒤죽 박죽이 될 터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논리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토록 인간을 사랑하시어 독생자를 보내 주실 정도 였는데 왜 아무런 죄 없는 인간들이 말도
되지 않는 고통을 받는 현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수많은 장소에서 벌어 지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까지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얘기하면 신자들이나 목사들이 하는 천편일률적인 대답은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냥
하나님을 찬양하라고….글쎄 이게 해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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