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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청원 두모리의 겨울

by ts_cho 2014. 12. 7.

 

두모리의 겨울, 9 x 12", Oil on Board, 2014

 

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일기예보에 최저 온도가 -9도라고 하는데 조금 망설이다가 그래도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추위때문에 포기할 수 없으니  두툼하게 입고 나간다.

솜바지에 오리털잠바에 내복까지 이정도면 작년 경험에 비추어 보면 문제 없다.

등산과는 달리 그림 그릴 때는 한자리에서 계속 서있으니 추위를 느끼는 것이 훨씬 더하니 두툼하게 입어야한다.

찬바람이 코끝에 쨍하지만 오늘은 어떤 작품이 나올까하는 기대감에 마음은 즐겁다.

 

날씨 탓인지 몇 사람뿐이다. 전부 그림 중독자들이다.

청원 두모리라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한국 100대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다.

청주 근처로 2시간 이상 걸린다는 인터넷 정보를 보고 좀 짜증이 난다.

도착하면 점심 시간이 다 될텐데 그러면 그림 그리는 시간이 3시간 남짓일텐데....

 

서울은 일전에 눈이 한번 오고 말았는데 충청 중부지방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일기 예보에 충청도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하던데 오늘 설경 그리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어딜 그리나 하고 좀 돌아보자 마자 점심 식사 시간 ..버섯 두부 찌게..직접 만든 두부 맛도 좋고

또 정갈한 반찬도 성의가 보이고 막걸리 한잔에 그림만 잘 그려지면  더 이상 바랄게 무엇인가.

 

시간이 많지 않고 또 구도에 대한 자신이 없어 조그만 캔버스에 그린다.

역광으로 햇빛을 안고 그리니 따뜻한 햇살에 추위는 덜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니

특히 설경은 그림자의 표현이 중요한데 그리 쉽지가 않다.

날씨가 차지만 그래도 양지에서 그리니 추위를 느끼는 감이 훨씬 덜하다.

문득 우리네 인생도 힘든 환경에 있을  때 따듯한 사랑이 있으면 음지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약 3시간에 거쳐 완성하고 집에 와서 역광으로 빛나는 부분을 흰색으로 강렬하게 표현해준다.

그러나 사진을 찍어 놓으니 실제 그림과는 좀 분위기와 좀 다르지만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같은 색감과 느낌을

내려면 전문 스투디오에 가야할 것이다.

 

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5시 좀 지나니 별써 어둑 어둑..달리는 차창 밖으로 막 흩어져 뒤로 지나가는 눈을 보면서 감상에 젖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아침에 집을 나올 떄 찬 바람이 코 끝에 찡하던게 바로 조금 전 같은데 이제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앞 죄석에 앉아 있는 나이 드신 선배들을 보며 언젠가 반드시 나도 저런 나이가 될 것이고 또 그러면서

언젠가는 떠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새삼 생각한다.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떠나야할텐데...

항상 그림 그리러 가면서 생각하는 화두..내면으로의 여행 아니면 Searching for Raison d'etre..

 

 

 

 

 

 

 

 

 

One of my favorite so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