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목(두모리에서), 10 x 12", Oil on Board, 2014
일전 다녀왔던 청원 두모리 마을에서 마을 입구에 서있던 고목이 너무 인상 깊어 그려본다.
현장에서 이 나무를 그릴까 망설이다가 다른 풍경을 그렸는데 못내 아쉬워서 사진을 보고 한 장 그려본다.
겨울의 밝은 한 낮 느낌을 그런대로 표현이 되었지만 과감한 회화적 표현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쉽기가 짝이 없는 그림이다.
과감하게 회화적으로 표현하는게 말을 쉽지만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겨울이 오자마자 날씨가 너무 춥다.
예년에는 이맘 때 그리 날씨가 차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추워 몸과 마음이 움추러든다.
세계적인 불경기와 함께 추운 날씨가 사람들의 어깨를 더 움추리게 하고 있다.
지구촌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좋지 않은 뉴스들...거리에는 캐롤송..이제 성탄이 낼모레인데.
올 연말은 왠지 더 춥고 더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겨울날의 동화 (류시화)
1969년 겨울, 일월 십일 아침, 여덟시가 조금 지날
무렵이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리고
마당 가득 눈이 내렸다
내가 아직 이불 속에 있는데
엄마가 나를 소리쳐 불렀다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넌 아직도
잠만 자고 있니! 나는 눈을 부비며 마당으로 나왔다
난 이제 열살이었다 버릇 없는 새들이 담장 위에서
내가 늦잠을 잔 걸 갖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외박 전문가인 지빠귀새는 내 눈길을 피하려고
일부러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눈은 이미 그쳤지만
신발과 지붕들이 눈에 덮여 있었다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걸어 집 뒤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붉은 열매들이 있었다
가시나무에 매달린 붉은 열매들
그때 내 발자국소리를 듣고
가시나무에 앉은 텃새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때 난 갑자기
어떤 걸 알아 버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이 내 생각 속으로 들어왔다 내 삶을
지배하게 될 어떤 것이, 작은 붉은 열매와도 같은
어떤 것이 나를, 내 생각을 사로잡아 버렸다
그후로 오랫동안
나는 겨울의 마른 열매들처럼
바람 하나에도 부스럭거려야 했다
언덕 위에서는 멀리
저수지가 보였다 저수지는 얼고 그 위에
하얗게 눈이 덮여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저 붉은 잎들 좀 봐, 바람에 날려가는! 저수지 위에 흩날리는
붉은 잎들! 흰 눈과 함께 붉은 잎들이
어디론가 날려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해 겨울의
마지막 남은 나뭇잎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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