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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안성 산정리의 초봄에

by ts_cho 2015. 3. 15.

 

안성 산정리의 초봄에, 45.5 x 33.3 cm, Oil on canvas, 2015

 

어제 주말 사생 안성 산정리라는 마을에 간다.

시절은 봄이라고 하나 아직 대지는 누런 퇴색된 색조를 유지하고 있고 바람은 차다.

그래도 햋볕은 따스하니 봄이 온 것을 피부에 실감한다.

바람이 세다. 지난 주 바람에 화구가 넘어져서 뒤죽박죽이 된 경험이 있어 조심스럽다.

 

산정리라는 마을은 아주 평범하다 못해 왠일인지 전혀 개발이 되지 않아 귀신이 나올 법한 고가도 여기 저기

보인다. 아마 아무도 살지 않고 버려진 폐가같은 느낌도 든다.

그림 그리는데 옆에 동네 할아버지가 와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신다.

이제 동네에는 젊은이들은 남아 있지 않고 노인들 뿐이라고...저기 경운기를 몰고 가는 노인네도 80이 넘은

노인이라고..그래도 봉을 준비하는라고 여기 저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마을에 외부에서 그림 그리러 오는 것은 처음인 모양이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신기한 듯이 왔다 갔다 하면서 구경하고 있다.

저 밑의 어떤 화가가 어떤 할머니를 그렸다고 신기한듯 수다들을 떠신다.

아마 이동섭고문이 그림에 틀림없이 할머니들을 그려 넣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일전 강화도 어떤 마을에 갔을 때 밭이 있는 집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 밭 주인이 와서 밭을 그리면 그 밭의

땅의 기운이 다 뺏기는 것이라고 불평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들도 자기들이 그려지면 무슨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생각들 하시는지 말씀하시는 모습이 별로 즐거운

표정이 아니다.

지금 21세기인데 아직도 시골에는-서울이 지척인 안성인데- 이런 샤머니즘의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몹시 신기하다.

 

예의 한국의 시골 마을...뻔한 경치 속에서 뭔가 새로운 독특한 것을 그려보고 싶어 여기 저기 둘러 본다.

봄 햇살에 역광으로 빛나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 온다.

최근 티브이에서 인상파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빛을 그려내는 그들의 열정과 솜씨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그 인상을 생각하면서 평범한 구도이지만-조금 구도를 조정하면서- 봄의 햇살에 반짝이는 경치를 그려보려는

시도를 한다.

여태까지 그렸던 방법과는 달라서 어색하고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제는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

뭔가 빛이 있고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그림을 그리려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쫄면 지는거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