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안과 진료를 위하여 아산 병원에 다녀 왔다.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 방문인데 지난 주에 비해 경계가 더 삼엄하다.
메르스가 한풀 꺾였다고 정부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희망 섞인 얘기들을 하지만 아직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 이번에는 병원 출입구마다 완전 무장한 4명의 병원 직원들이 들어 오는 사람 하나 하나 체온을 재고 있다.
물론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고...여태까지 대부분의 감염자가 병원에서 발생했고 또 만약 감염자가
발생하면 병원의 명성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보통 타격을 받는게 아니니 그렇게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들 긴장된 표정이다. 대기중에 어떤 사람이 기침이라도 할지라면 모두 그 사람을 쳐다본다.
이런 시절에는 감기라도 걸려 콜록 콜록 거리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깔끔증이 있어서- 누구는 결벽증이라고 하지만- 개인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태 아플 것은 다 아펐고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이 병으로 고생한 편이니 그리 깔끔떤다고 감염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고 어쩌면 팔자 소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괜히 지난주에 전철을 타고 가다가 옆에 앉은 사람이 기침을 두번 했던 기억이 있어서-입도 가리지 않고 쎄게
하던데- 괜히 찜찜하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해도 혼자 가끔 최악의 상상을 해보곤 한다.
그 사람이 메르스 환자이고 나에게 옮기고 그래서 내가 감염되고 또 나이도 있어 회목이 잘 안되고 등등...
한편 그 녀석이 보기에는 멀쩡했고 기침하는 사람이 한둘인가하고 쉽게 생각하고 말지민..
이런 것을 영어로 Phobia(포비아..일종의 강박증)라고 한다.
인간의 지능이 보통의 동물들에 비해 월등이 높아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지만 그 높은 지능 덕분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 위험에 미리 미리 대비하기도 하지만 또 그 때문에
어떤 때는 과도한 공포감에 사로 잡히게도 된다.
어느 정도의 공포감은 인간을 위험에서 사전에 방어하는 기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병이 되어서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고통을 겪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을 앓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자살로 이르게 하는
최악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메스콤에서는 너무 공포를 갖지 말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런 메르스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글쎄 그게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어떻게 보면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결과에 따라서 판명될 일이다.
일전의 어떤 쫌 유명하다는 중이-오늘은 왠지 스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미국에 가서
한국 민족은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언론에서 보도한 것을 보았다. 믈론 우리 민족의 기질을 볼 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자기가 그리고 자기가 관련된 사람이 감염되어 고통 받는다면 이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런 얘기를 지껄일 때가 아니고 힘들어 하는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을 위로해주는게
소위 쫌 유명하다는 중들이나 성직자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전적으로 걔인적인 부분이다.
너무 과도하게 느끼는 것은 정신 건겅에도 좋지 않으니 그 유명한 말 "이것도 지나가리니"를 새기면서
극복할 일이라지만 그것도 개인의 성격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메르스로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지금 새삼 공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스피노자의 유명한 말...인간은 고독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고..
새삼 요사이 부쩍 운명의 수레바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잘 정상적인 궤도를 진행하다가 가끔씩 궤도를 이탈하여 많은 우발적인 사건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발적으로 그래서 전혀 예상 못했던 두려움 고통이 이 사회에는 존재하고 있다고...
메르스 시절에 이런 저런 두서없는 생각을 해본다.
빨리 모두 잘 해결이 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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