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서(중화문), 41 x 13cm, 펜화, 2015
월북작가 이쾌대화백의 전시회를 보러 덕수궁을 찾다.
마침 친구가 시내에 와있어 같이 전시를 보기로 하고 기다리는 동안 중화문이 보이는 풍경을 펜으로 그려본다.
외국 근무 나가기 전에 직장이 소공동에 있어 항상 덕수궁 앞을 지나다녔지만 이렇게 덕수궁에 들어와 보는건 정말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잘 정돈된 궁에 들어오니 바깥세상과 담 하나로 전혀 다른 세계..
덕수궁에 대한 내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추억 하나...
대학 졸업하고 신문기자가 되기 위해 응시한 동아일보-지금은 조중동이라고 비하되는 언론사이지만 당시에는
동아 조선 양대 일간지 기자라야 정말 기자라고 여겨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1,2 차 시험 합격하고 3차는 최종 3배수를
뽑아 아침에 덕수궁으로 오라 하더니 여기서 몇시간 각자 알아서 보내고 오후 2시에 동아일보에 다시 모이라고.
그러더니 오늘 덕수궁에서 느낀 감상을 쓰라고 한 적이 있었다.
몇시간동안 덕수궁 역사도 알아보고 왔다갔다 시간을 보내면서 마침 그 때 여중생들이 고궁방문을 와서 깔깔거리고
놀던 장면을 같이 글에 쓰면서 슬픈 이조말 아관파천의 역사와 함께 철없는 여중생들의 모습을 오버랩시켜서
작문을 했는데 최종 면접시 글을 잘 썼다고 칭찬받은 기억..그리고 면접시 거의 합격을 통보받고- 당시에는
언론사에는 문리대 선배들이 꽉잡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문리대 프리미엄도 있었고...
그러나 갑자기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통폐합이 되고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합병으로 그 해에 뽑은 기자시험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
내 인생의 계획이 다 흩틀어지고 망연자실 그냥 건설회사 중동 근무를 자원해서 사우디로 출국..
그 이후 결국은 비지니스맨으로 한평생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면서 살아온 인생..
그 떄 전두환 정권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과연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가끔 생각도 해본다.
아마 언론사에 계속 근무했던지 아니면 중간에 정치쪽으로 풀렸을 수 도 있었겠지...
과거를 얘기하면서 "만약에"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라지만 그 때 그 방향으로 갈 수 없었던 팔자가 오히려 더
내 인생에 좋았을 수도 있고 어떤게 좋았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다 부질없는 일!
아무튼 개인의 삶에서의 우연한 전환...이게 소위 팔자라는 것일까..
집에 와서 펜으로 그린 그림에 묽게 채색을 해본다. 색이 없는 것은 없는대로 있는 것은 있는대로 맛이 다르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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