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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책) 풀베개-나쓰메 소세키

by ts_cho 2015. 12. 20.

 

 

 

 

화우회 멤버이신  함교수님께서 지난 주에 책을 한권 주신다.

일본작가 소세키의 "풀베개(草枕)" 이라는 책인데 소세키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가 썼다는

"나는 고양이로서이다"라는 소설 이름은 익숙하다.

읽어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름은 익숙한데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다.

 

1867년 그러니까 일본 근대의 시작이라는 명치유신(1868년) 바로 한 해 전에 태어나서 한학과 영문학을 배우고

영국 유학까지 하였던 근대 인텔리였던 소세키의 대표작중의 하나로 일본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1905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권장도서 100권' 목록에 노밸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작품과 함께 소세키의 작품이 선정된 바 있으며 또한 2001년 일본 '아사이 신문' 에서 실시한

'지난 천 년 동안의 일본 문학 작가에 대한 독자 인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고...

 

소설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한데 서른살의 화가가 여행중에 자기 그림 세계에 대한 사유 내지 철학을 어느

시골의 여관집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으로 작품이 발표된 시기가 일본의 근대화 절정기와

맞물려 단순한 구상회화에서 비구상 즉 추상표현주의의 정신에 대해서 자기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는 내용이다.

소세키의 한학 영문학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보니 여기저기 한시 그리고 중국 고전이 인용되어 그것도

꽤나 수준이 높아 뒷부분의 주석을 읽지 않고는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어 처음에는 수월하게

읽히지 않았으나 점차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대충대충 주석을 건너띠면서 그런대로 속도를 올려 완독한다.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글솜씨나 구성에서 문학적인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겠지만 예의 고전들이

그렇듯이 진부하게 서술되는 점이 다소 많아 현대적인 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좀 갑갑하게도 느껴지기도 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주인공이 화가로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세계에 대해서- 물론 그게 소세키의 예술세계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문학과 미술은 엄연히 다른 세계이니까 틀리는 얘기도 될 수 있겠지만 아무튼 주인공의 예술 철학에 대해서

여기 저기 함교수님께서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많이 그어 놓으셨다.

지금 함교수님께서 구상미술보다는 비구상쪽으로 고민하시면서 추구하려고 하시는 것과 같은 맥락.

이 소설이 발표된 1905년만해도 구상미술이 주류이던 시절에 이런 추상미술에 대한 사유가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에는 이미 일반인들도 상당  수준의  추상회화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다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감흥이나 감동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기사 소설을 소설로 읽으면 되지 무슨 메세지의 전달방법으로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메세지의

느낌이 강하다보니 소설의 줄거리에서는 별로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없다는 것은 내 개인적인 느낌일까.

 

소위 고전이라는 것도 어찌 생각해보면 두 종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글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지금 현대인이 읽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들 그리고 다른

한 종류는 당시 시대상황하에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내용이 이미 진부하여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새삼 새로운 감동을 주기에는 미흡한 소설..

소세케의 '풀베게"는 후자에 속한다는 생각.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글 중에 한 대목.

화가와 주지 스님의 대화중에

"참 좋은 풍경이군요. 주지 스님, 장지문을 닫아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러나 매일 밤 보는 경치라서."

"몇 밤을 보아도 좋아요. 이런 풍경은, 저 같으면 안 자고 보고 있겠습니다."

"하하. 하기야 당신은 화가니까, 나하곤 좀 다르겠죠."

" 주지 스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을 동안은 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