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2015
딸아이의 집에 가서 서가에 있는 책들을 보니 대부분이 직업과 관련된 IT나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다.
그 중에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이질적인 그렇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있어 읽어 본다.
저자는 현재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분이어서 아무래도 수많은 판결문들을 작성하면서
쌓인 내공이 있어서인지 우선 글솜씨가 보통을 훨씬 넘는다.
글솜씨도 글솜씨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여러측면에 대한 그의 사유의 내공이 깊다보니
글에 깊은 신뢰감을 주게 되어 좋은 글을 읽는 기쁨이 있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 이 저자의 기본철학인데
내가 평상시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른 사회적 책임을 갖는 성숙된 개인주의를 의미한다.
요사이 공무원들을 뽑는데 민주성, 공익성, 다양성이란 항목대신 애국심을 평가 기준으로 넣었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어이가 없음을 느낀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기반을 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 아직
우리사회는 멀었다는 생각도 한다.
애국심이란 말은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국가주의적인 위험한 말로 진정 필요한 것은 그런 국가숭배가 아닌
합리적인 개인의 집합인 국민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다.
흔한 말로 "의쌰의쌰"하면서 획일성을 강조하는 군사적 집단적 문화는 항상 남의 눈을 의식하게 만들어 개인의 창의성을
억제하고 더 이상 우리 사회를 앞으로 끌고 나가지 못한다고 얘기들은 하면서 아직도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우리의 내면 그리고 시민의식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있다.
나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런 문화속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나름 출세 흉내도 내보았지만 한편 항상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현실에서 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개인주의 사고 때문에 힘들어 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나보다는 훨씬 나이는 어린 친구지만 존경심이 든다.
그의 페친이 되어 그가 여태 올린 글들도 읽어보고 그가 읽은 책도 찾아 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진지하게 대화들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 사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상의 갈등 중심에서 해결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직업인 판사들이 모두 이 친구와 같은 깊은 내공이 있다면
좋을텐데....
일견 짧고 가볍게 쓰여진 그렇지만 내공이 있는 솔직한 글들이어서 그 울림이 만만치 않아 단숨에 읽는다.
사족1..책중에 순수문학은 장르소설 같은 즉각적인 몰입감을 주지 않고 또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처럼 즉각적인
정보를 주지 못해 점차 멀어져 가고 있어 읽는데 힘이 든다고..소위 " 문학 근육"이 약해져 가고 있다고..
그렇지만 순수문학은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줌으로서 인간에 대한 훨씬 높은 이해를
가능케 해주는 그 힘을 얘기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감..
요사이 순수문학과 멀어지면서 상상력이 빈곤한 사회가 되고 또 그래서 각박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
시족2.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는데 그 때 들었다는 데이의
"세 황금문" 이 있다는데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한다고..
"그것이 참말인가?" " "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 그것이 친철한 말인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한다...늦었지만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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