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산 납골당 보수 관련된 일로 선산에 다녀왔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행정리...내가 태어난 곳도 아니지만 아버님 그리고 조상들의 뿌리가 있다는 마을이지만
이제는 모두 고향을 떠나고 덩그라니 선산만 남아 그곳에 조상들을 모시고 있을 뿐이다.
지난 2월 어머님 돌아가시고 두달만에 다시 가서 부모님을 모신 납골당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달이 지나고 이제는 봄..아직 모내기는 하지 않았지만 대지는 초록의 향연...
조카 그리고 보수 작업 하실 분과 상의가 끝나고 내려와 선산쪽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서서 어설프나마
연필과 펜으로 스케치 한장 한다.
서서 그리다보니 잘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장에서 그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화창한 봄 날..앞으로는 천태저수지가 맑게 펼쳐져있고 뒤로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고즈넉하다.
납골당에 모신 내 기억에 있는 분들..할머니, 부모님, 큰아버님, 사촌형님....새삼 눈에 선하다.
언젠가는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나도 이곳에 온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까...10년 20년 글쎄 지금 건강으로는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도 않고..
미래는 알 수 없는 것..단지 지금의 실존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평소 영혼도 그리고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도 희박한 상태이지만 막상 한줌의 재로 보관되어 있는 조상들의
잔재앞에 서니 왠지 영겁의 인연의 끈을 느끼게 된다.
일전 BBC에서 본 프로그램에 비록 영혼이나 신의 존재를 믿지 않더라도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사진을
그 사진이 종이에 불과하지만 찢지 못하고 또 찢는다해도 당시 마음의 상태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계측기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은 어떤 무엇인가로 서로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일까...
서울로 돌아오는 길... 몽고에서 불어 날려오는 황사 미세먼지로 고속도로의 차들이 전부 헤트라이트를
켜고 질주하고 있다.
모두들 어딘가로 열심히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스케치를 기본으로 사진을 보고 4호정도 펜과 수채물감으로 그려본다.
요새 좀 들여다 본 일본 화가 "오쿠쯔쿠 나미치"의 "수채화 프로의 숨겨진 비법" 의 영향인지 삽화같은 느낌이 나는
너무 쪼잔한 그림이 되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것도 삶의 흔적이니 기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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