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uneasiness), 30.5 x 40.6 cm, Oil on Oil Paper, 2016
처음에는 장미꽃을 그리려고 시작했다.
Crimson lake color로 대충 구도를 잡고 전반적으로 붉은 톤으로 그려보자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싫증이 난다. 그래서 좀 더 강렬하게 마티에르를 주자 싶어 가지고 있던 Zinc White- 일전에
한가람에서 세일을 해서 샀던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굳어 있어 제대로 쓸 수 없다. 그러니까 세일을
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듬뿍 나이프로 여기저기 발라보는데 영 생각했던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불현듯이 검은색으로 장미의 모양을 그려보자 싶어 평상시에 쓰지 않아 남아돌아 가는 Ivory Black을 여기저기
칠해보지만 영 생각했던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하기사 한번에 나오면 천재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나이프로 캔버스 전체를 뭉갠다.
이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붓으로 그냥 내키는대로 원을 그려본다. 그것도 심심해서 다시 나이프로 여기저기 긁어
본다. 긁다보니 밑바탕이 나오는게 그런대로 재미있고 뭐 그럴싸해서 더 긁는다.
한국 비구상화단의 거두 박서보화백이 그랬다. 자기의 작품은 자기 성찰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나도 긁어내는 행위 하나 하나가 내 안에 있는 느낌이 손으로 전달되는 행위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자위하면서.
뭐 현대예술 별거있을까 이렇게 하다보면 그럴싸해서 그게 작품이 되는거 아닌가하고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가..
더 긁을 수도 있지만 그냥 아무 특별한 이유없이 거기서 스톱. ..드디어 비구상 작품 하나 탄생한다.ㅎㅎ
아내에게 보여주니 어이없어 하면서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당연하지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칼라인 Black, Crimson Lake가 주조를 이루고 긁어낸 것이 비정형을 이루고
있으니 어딘가 친근감이 없을것 같고 또 내가 요사이 뭐 그리 마음이 평화롭지 않으니 알게모르게 반영이 되어
있을거고...그래서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오히려 작품이 잘된것 아닌가 ㅎㅎ
그래서 작품 제목도 불안,,영어로 표기하면 더 그럴싸하게 보일테니 uneasiness라고 덧붙이고..
다음에 청색이나 그린색을 사용하여 좀 깔끔한 느낌으로 긁어내면 아마 안정감을 느낄테니 다음 작품은 '안정'
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또 비구상작품 하나 더 하게 생겼다.
아침에 진중권이 조영남에 대해서 쓴 글을 오마이뉴스에서 읽는다.
이 친구 맞는 얘기도 어떤 때는 너무 냉소적으로 이야기하고 또 정치 경제 여기저기 너무 나대서 안티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미술비평에 관해서는 상당히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평을 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전에도 한번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쓴 적이 있지만 미술계에서 질투가 나서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예컨데- 대작이 관행이 아니다, 예술은 온 몸으로 하는 것이다, 깨작깨작 그려서 조악하다, 예술은 질감,감정,
철학등이 합쳐야된다, 그려주는게 관행이면 뭐하러 미대가냐,섬세한 붓질과 재료 해석이 회화에서는 생명이다등등
비록 내가 미술계에 있지는 않고 또 아는게 일천해도 조금이라도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이 들으면
논리가 빈약하고 더우기 신문사에서는 사기냐 아니냐 여론조사도 하고..여론으로 그림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언론 수준하고는.ㅉㅉ 이게 우리 문화수준의 한계.. 진중권이 예리하게 결론을 낸다.
1. 컨셉(Concept) 이 있어야하고
2. 그 컨셉이 미술계에 인정이 되어야 하고
3. 마지막으로 운도 따라야하고 그러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뒤샹이 변기를 들고 미술관을 찾아 갔을 때 컨셉이 있고 또 당시 그 컨셉을 미술계가 인정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미술계의 전환기적인 작품이라고 인정을 받는 것이다.
지금 누가 변기를 들고 미술관을 찾아 가면 미친놈 취급받을텐데 바로 현대미술이 그런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기니 아니니 하는 것은 이렇게 고리타분한 관행을 깨어온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고
단지 그게 좋은 예술이냐 아니면 별볼일 없는 예술이냐하는 분류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
사람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
그래서 내 개인 생각은 조영남 작품은 별볼일 없는 에술..사기까지는 아니고..
더 진중권의 글에 관심이 있는 분은 오마이뉴스에 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쓰다보니 조영남 얘기까지 두서없이 횡설수설한다.
다시 내 그림으로 돌아가서 아마 내가 유명한 인사였으면 이 그림이 유명한 그림이 될 수도 있는지 모른다.
현대미술적으로 내가 스토리 잘 쓰고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가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우리 그런 얘기는
잘 쓰니까 또 돈 많이 써서 여기저기 전시하고 혹시 내가 유명인이라도 되면 언론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되니
여기 저기 써댈거고...그러면 돈이 남아 돌아가는 졸부들 앞다투어 사줄거고...물론 이게 현대미술계의 현재 주소는
아니지만 대충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비싼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냉소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다.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동굴의 우상 이야기처럼 우리는 동굴속에서 그림자만 보고 실제를 잘 알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작품 가격이나 작가의 유명 여부와 상관없이 정말 좋은 작품을 알아 내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현대미술에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그래서 말도 되지 않는 엉터리 평론가들이 난무하고
우중의 취향에 맞는 그림들이 마치 좋은 작품인 것 처럼 인정되는 우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상의 시대가 단지 미술계뿐이겠는가..현대 천박한 자본주의 문명, 사회 전반에 걸쳐서 우상이 횡행한다.
우상의 시대...이러면서 인류의 역사는 발전하여 왔다.
우상에 많이 현혹된 시대는 더 많은 댓가를 치르면서.....
결론이 이상하다. 내 그림 이야기 하다가..아무튼 비구상 그런대로 재미있다 뭐 특별한 목적은 없어도
마치 어린아이들이 모래장난을 놀면서 즐거워하는 것처럼...
예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하면 신성한 예술을 모독했다고 흥분하는 고상한 에술인들이 있겠지만..
그런데 자꾸보니 내 작품이 별로라는 생각 그리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열심히 한 작품은 결과가 신통치 않아도 정성때문에 애정이 가는데 이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쓰지 않던 물감
처분하고 어쩌다보니 나이프로 긁고..또 구도도 전반적으로 내 취향도 아니니 미음에 들리는 없고.
이렇게 우연 비슷하게 내공없이 그린 그림이 별볼일 없는 그림이다. 무슨 컨셉도 없고.
뭔가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자기성찰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게 사실이다라는 진부하지만 또 진지한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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