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법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누가 독서는 삼독(三讀)이라고 한다. 첫째는 text를 읽고 둘째는 저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나를 읽는다는 얘기인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은 수십번도 들으면서 들을 때마다 새로움도 느끼고 여러가지로 다른 소회도 갖고
또 좋아하는 그림은 여러번 보면서 감상을 하는데 책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한번 읽은 책을 두번 읽으면 어쩐지 시간을 그냥 보낸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나의 독서법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반성을 해본다.
어떤 책을 한번 읽고 이제 그 책을 읽었다라는 자기 만족.
실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책은 한번 읽음으로서 내가 원하던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인문과학 계열의 책들은 어쩌면 그냥 휙 한번 읽고 말기에는 아쉬운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그동안 꾸준히 책을 사서 읽어왔다. 그러다보니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이사할 때나 최근에는
그림에 관한 책들을 정리하면서..그림에 관한 책들이 많아져서 다른 책들을 버렸는데 그 때마다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그냥 갖고 있는 책들이 제법 많이 있다.
생각해본다. 왜 버리지 않고 서가를 차지하고 있는가..그냥 서가에 그런 책이 있는게 폼나 보여서 아니면 그런 책들이
꼿혀 있는 것을 보며 옛날 그 시절을 회상하려고..
어치피 세상 떠날 때는 다 갖고 가지도 못하는 것 부질없이 갖고 있어 무엇하리라는 생각도 한다.
가끔 그 중에서 한권을 꺼내서 몇장 읽어보면 한참 전에 쓰여진 내용이라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는 내 나름의 식견이 생겨 그런 책이 더 이상 감동적이지 않아 실망하곤 한다.
산다는 것은 매일 매일이 공부한다는 것이라는 고 신영복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이제 다시 한번 읽어
보자고 생각한다. 읽다가 이제 더 이상의 감동이 없으면 더 이상 서가에 보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우선 누렇게 변색된 고 신영복 교수님의 그 유명한 책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다시 읽어 보려고 꺼낸다.
1988년 9월에 발간되었고 당시 책 가격이 3,500원으로 써있다. 책 표지를 넘기니 내 싸인과 함께 1989.6.28일 이라고
책을 산 날이 기록되어 있다.
참 오래전의 일이다. .27년전의 일이니. 그리고 그 책 속에 쓰여있는 편지들은 1976년 것도 있으니 40년전의 얘기들이다.
그래도 저자가 무기징역수로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게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이었고 또 내용도 가족들에게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교도소 겸열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민감한 문제들은 피해 가면서 감옥속에서 느끼고 사유한 내용들이
절제되어 담담히 기록된 글들이니 그동안 그만큼의 세월이 지났었도 지금 다시 읽어 보면서 내 나름대로 사유해보는 것
그 분이 출소 이후에 쓰신 다른 책도 읽어 보고 또 강의도 동영상으로 많이 봐서 어쩌면 어느 정도 저자에 대해서는
이해가 있고- 항상 조용히 겸손한 자세로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옥중일기를 쓸 당시의 배경등도
나중에 강연등에서 설명해 주셔서 이제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이해와 사유의 폭을 넓고 깊게 갖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본다면 이제는 나를 읽는 세번째 독서를 하는 셈이리라..
속독할 필요도 없고 책상 한 쪽에 놔두고 하루에 한 두 페이지 읽고 생각해보고...
독서에 관해서 논어에 유명한 귀절이 있다.
이우천하지선사위미족 우상논고지인(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이라고
같이 사는 천하의 착한 사람과 사귀는 것도 부족하여 책 속의 옛 사람과도 벗을 삼는다는 뜻.
이제는 나의 독서가 새로운 지식의 습득도 중요하겠지만 내면의 성찰과 내공을 깊게하는 방향으로 전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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