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 카렌 블릭센 장편소설, 민승남 옮김, 열린 책들 발간
일전 김화영교수의 여행기 "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마지막 부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기중에서 아프리카의
장대한 모습을 본인이 직접 기술하기 보다는 Karen Blixen의 장편소설 Out of Africa에서 옮겨온 것을
읽어 보고 그 아름다운 문장에 반하여 즉시 구매하여 읽는다.
솔직히 이전에는 Out of Africa를 영화로만 알았고 또 그 이후 막연히 덴마크 어떤 여성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원작이 이렇게 대단한 문학작품임을
알게 되고 나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에게 Out of Africa하면 당장 멋진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전성기 시절의 미남 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 그리고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Mozart의 Clarinet Concerto Adagio까지 광활한 아프리카의
풍광을 배경으로 예술성 높게 만들어져 영화가 만들어진 이듬해(1986) 무려 일곱개의 오스카상을 수상하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보다는 훨씬 차원이 높은 원작 소설의 깊이를 감동적으로 느끼게 된다.
Karen Blixen( 1885-1962) 은 코펜하겐 북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Blixen남작와 결혼, 1913년
아프라카의 케냐에 가서 17년동안 커피 농장을 하며 그곳에서 수시로 글을 썼지만 결국 커피 농장이 실패하고
1931년 덴마크로 영구 귀국하여 집필을 시작하여 1937년 발간하게 된다. 책이 나오자 마자 유럽의 매력적이고
이지적인 남작부인이 원시적 신비가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에서 이주 농부로 살아가면서 겪은 모험과 깨달음을
시적이면서 담담하고 절제된 필치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녀는 그 이후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1954년 1957년 두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1954년은
훼밍웨이에게 1957년은 알베르 카뮈에게 수상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훼밍웨이나 카뮈하면 세계 문학사에 너무도
유명한 작가들인데 아쉽게도 노벨상은 놓쳤지만 그들과 같은 반열에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된다.
"Out of Africa"라는 말은 로마시대 작가 프리니우스의 글 " Ex Africa semper aliquid novi ( 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new ; 아프리카에서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저자의 유려한 그러면서 절제되어 있는 글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454쪽의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단번에 읽어 버린다.
영화에서는 카렌과 데니스가 연인으로 주인공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원작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는 일부이고
또 실제 데니스의 아이를 사산하는등 연인의 관계가 있었지만 그냥 담담하게 그들의 관계가 쓰여져 있는게
오히려 더 인상에 남는다. 그의 죽음을 기록하는 부분에서도 가벼운 감상에 빠지지 않고 덤덤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애절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실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프리카인들- 키쿠유족, 마사이족, 소말리족등이고 백인들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삶에 대한 지혜..그리고 그들과 교감하며 나누었던 우정..그리고 광활한
아프리카의 자연을 보며 느낀 경험들을 저자의 절제된 글솜씨로 너무도 아름답게 회고되어 있어 가끔씩 눈을 감고
National Geography등에서 보았던 아프리카의 대자연 장면들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실제 20여년전에 업무차 가 본 나이지리아가 처음이자 마지막 아프리카 여행이었지만 그 때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하여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물론 케냐의 사파리와 나이지리아 라고스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아프리카 거리의 모습 냄새등이 새삼 기억속에서 살아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어떤이는 현대 문명에 매료되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과거 찬란했던 문명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문명과 거리가 먼 쪽으로 마음이 끌린다.
그동안 꾸준히 이 책 저 책 읽어왔지만 최근에 이렇게 아름다운 필치로 쓰여진 글을 읽은 기억이 없어 이 더운
여름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문장 하나 하나 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여기저기 밑줄을 그어 다시
또 읽어 본다. 그리고 번역 솜씨도 대단하여 한글 문장 그 자체로서도 하나도 어색함이 없어 글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2016년 여름은 이 책이 있어 너무 행복한 추억을 남긴다.
Karen Blixen의 글에 흠뻑 매료되어 다른 책 몇권 더 읽어보려고 인터넷 교보에 가도 Out of Africa이외의
책이 없어 실망이 크다.
" 이따금 농장의 삶은 매우 고독했으며 고요한 저녁에 시계에서 일각일각이 물방울처럼 떨어질 때면
나는 백인이 지닌 대화 욕구로 인해 내게서 삶이 한 방울씩 빠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세계에서 평행선을 이루며 달리는 원주민들의 조용한 그림자 같은 존재는 항상 느꼈다.
그들과 나의 세계 사이에는 메아리가 오갔다" ( 32 쪽에서)
" 일몰 후에 강이나 물웅덩이에 도착하여 우마차에서 황소들을 풀고 길게 열을 지어 걸어갈 때
마시이족 보호 구역의 저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시나무들이 서 있는 초원은 어느새 캄캄해졌지만 공기는 청명했고 우리 머리 위 서쪽 하늘에
밤이 깊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밝아질 별 하나가 황수정 속의 은빛 점처럼 막 떠올랐다.
폐에 닿는 공기는 차가웠고 긴 풀은 이슬을 떨어트렸으며 풀잎에서 강하고 자극적인 향이 풍겼다.
잠시 후 사방에서 매미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풀은 나였고 공기와 보이지 않은 먼 산도 나였고 지친 황소도 나였다.
나는 가시나무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을 들여 마셨다" ( 317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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