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첫눈 내리던 날에(I), Pen and watercolor, 15 x 42cm, 2016
2016 첫눈 내리던 날에(II), Pen and watercolor, 24 x 42 cm, 2016
2016년 11월26일
일기예보에 점심때부터 비나 눈이 온다고 하여 유화도구를 포기하고 간단히 스케치 도구를 가지고 출정.
쇠락한 마을..뭘 그려야할까 돌아보나 잔뜩 흐린 하늘로 주위 풍경이 스산하기 그지 없다.
점심시간부터 가벼운 빗방울이 눈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세상을 하얗게 덮으니 온갖 지저분한 것들도 가리워지고 신세계가 눈앞에 전개된다.
경이로운 자연의 조화.
오늘 5차 촛불집회..날씨는 갈수록 추워지나 한 사람의 고집으로 150만 이상의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비루하고 추한 인간의 무지와 아집.
대학교수인 친구는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집회에 참여한단다. 행동하는 양심.
반면 나는 인적도 없고 스산한 안성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생각만 하는 양심. ㅠㅠ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황동규 시
봉준(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砲)들이 땅의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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