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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책) 본래 그 자리- 맹난자 지음

by ts_cho 2016. 12. 12.


본래 그 자리, 맹난자 지음, Bookin 발간.2015


동네 미장원에 이발하러 갔다가 기다리는 동안 비치되어 있는 수필잡지에서 이 책에 관해 언급한 것을 보고 즉시 

구매하여 읽어본다. 미장원에는 대부분 여성잡지들 투성이인데 그중에 군계일학이라고 수필 월간지가 있어 매달 

이발하러가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 수필 월간지를 읽는 엉뚱한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관여(觀如) 맹난자(孟蘭子)라는 고희를 넘기신 여류수필가가 수필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여러 화두에 대해서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을 거울로 사유하는 글을 모은 글로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 글들의 성격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존재란 무엇인가? 영혼은 있는가에서부터 마음, 죽음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 일귀하처(一歸何處)가 몹시 궁금하여 고옥(古屋)에 정신을 의탁한 침침한 눈을 비비며 한가지씩 답을

달아보았다. 선인들의 철학과 사상을 참고했다. 총 11장에 70편의 글이나 문예적인 산문이 아니어서 에쎄 Les Essais

라고 이름 붙였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에게서 주역, 명리를 공부하여

능인선원과 불교여성개발원에서 강의도하고 또 여기저기 수필관련단체의 장도 역임하였으며 쓴 책도 많고

수상경력도 화려한 내공의 소유자이다보니 수필형식을 빌어 쓴 글들이지만 그 내용이 그리만만하게 읽어지는

글들이 아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내 나이쯤 되면 관심이 많아지는 주제에 대하여 저자의 해박한 불교지식과 더불어

서양철학을 통한 깊은 사유를 써내려가고 있어 심오한 동양철학이 언급된 부분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워낙

일천하다보니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의미있는 주제에 대해서 저자의 사유에서 배움과 깨우침을

얻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 생각도 다듬어 보기도 한다.

 

1. 벽화 (壁畵)한 장

2. 예술가의 우울증과 광기에 대하여

3. 슬픔에 대하여

4. 고통에 대하여

5. 생의 찬가에 대하여

6.존재에 대하여

7. 마음에 대하여

8. 신(神)에 대하여

9. 죽음에 대하여

10. 자연에 대하여

11. 주역(周易)의 일자(一者)에 대하여


책 말미에 저자가 삶과 죽음에 대한 저자 나름의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궁금했던 책 제목의 의문이 풀린다.

일귀하처(一歸何處)...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대해서 도덕경에서는 " 무(無)에서 유(현상계)로

나오는 것이 생(生)이요,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사(死)다" 라고 우리는 결국 도의 근원인 무(無)로

돌아간다. 인류의 기원이 시작된 그곳, 우주의 별로 돌아가는 것이니 하나의 둥근 순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체의 입장에서는 생사가 있지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순환일 따름이라는 이야기.


"간다간다 하지만 본래 그 자리요, 이르렀다 이르렀다 하지만 떠난 그 자리라네 (行行本處 至至發處)" 라고 

저자가 고희를 넘겨 깨달은 진리인 "본디 그 자리"라는 책 제목으로 쓰여졌으니

우리네 삶도 결국은 음양의 순환속에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과정의 일부라는 나의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나 하나의 어찌 보면 무거운 주제들을 심도 있는 사유로 풀어낸 글들을 그냥 한번 읽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워서 책상 머리에 뇌두고 천천히 한 주제 한 주제 다시 읽어 가면서 내 사유도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