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2016, (주) 창비 발간
인터넷 어디선가 아마 최초의 주류(酒類) 문학이라고 광고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주류문학이라고 하는지 알 수도 없지만..
그리고 서평에서 권여선이란 작가에 대해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은 한국문학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평한 것을 보았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 생각해봐도 무슨 의미인지 감이 전혀 오지는 않지만 아무튼 훌륭한 작가라는 칭찬으로 이해하기로 하고 평소 문학과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설이라 궁금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본다.
책의 구성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책 제목이 주는 어떤 인상과는 달리 꼭 대단한 술 주정뱅이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냥 술이 등장하면서 술 마시고 대화를 한다든가 아니면 술과 관련된 어떤 일에 얽힌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허구적인 단편 소설로 구성이 되어있다.
책 후면에 평론가가 써 놓은 것을 보면 너무 거창하게 " 주류(酒類) 문학의 위엄을 보라" 등등 너무 과장된 평도 있지만
아무튼 권여선 작가도 술을 좋아해서 취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는 알고 있고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들이 취해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는 것들이 꽤나 현실성이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지금 책을 덮고 나서보면 지난 7편의 소설의 스토리가 가물가물 별로 기억이 나지 않으니 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냥 일상의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보니 그리 특이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술과 관련하여 주정뱅이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알콜중독자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이 소설들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글쎄 주정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언제가 이상문학상 소설집에서 권여선이란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으나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녀의 소설책을 읽으면서 스토리 구성의 탄탄함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권여선이란 작가의 펜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는 부사나 형용사가 많이 붙어 어수선한 글보다는 간결하고 절제된 글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글을 쓰려면 정말로 그 상황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구사할 줄 아는 실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훈 작가를 좋아하는데 권여선 작가는 김훈의 어쩌면 간결하지만 건조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여성작가로서의 감칠맛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단지 내 개인의 느낌일 뿐 아마 다른 독자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몸이 제대로 받아 주지 않아 술마시는 것을 절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술 남들에게 빠지지 않을만큼 마셔온
나로서는 취한 주인공들의 대화가 전혀 낯설지 않고 정겹게 느껴지다보니 그녀의 소설을 읽는 재미가 은근히
배가가 되는 느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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