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책) 시간은 가슴을 두근거린다-김선호 시집

by ts_cho 2017. 7. 9.


김선호 시인이 시집을 보내왔다.

지난 해 이맘때쯤 보내준 두번째 시집인 "여행가방"에 이은 세번째 시집이다.

일전에 쓴대로 오랜 신문기자 생활과 또 해박한 중국어 지식등으로 사회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내공이 돋보인다. 

150여쪽의 작은 책에 지난 일년간 갈고 닦은 흔적들이 역력하다.

지난 시집과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산문시가 많은 것 같은 막연한 인상이 든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이나 우리 안에 있는 무엇을 밖으로 표현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일텐데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어깨에 시커먼 곰 한 마리가 늘 올라 앉아 있다. 글은 그 곰과 소통하고 또 곰을 내려 놓으면 글도 사라진다.

눈 속의 모래성과 목 줄기 속의 굳은 혈관과 어깨의 시커면 곰과는 서로들 사돈의 팔촌 쯤 되는 것 같다.

그들은 늘 같이 다니고 같이 온다. 오늘도 그들은 닭 모가지를 비틀었고 손가락의 지문을 자판 이곳저곳에 순서대로

남기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잠을 내쫒는 쓸데없는 각성을 돕고 있다. 참 지랄 같은 놈들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너의 청춘을 다 바쳐 데리고 다닌 놈들인 것은...."


그의 산문시 하나..좀 난해하지만....


내일의 질문


빛이 떨어지는 진붉은 색 벨벳의 기나긴 카펫은 시간의 주랑이다. 그 카펫 위를 삶이라는 진흙탕에서 질퍽대다가 들어와

흙덩어리 된 신발로 밟아본다. 신발은 현기증에 시달린다. 걷는 곳 마다 자국이 남는다. 어쩌면 그 곳은 집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햇살은 지금 기운이 빠져 축 늘어져 있는데 겨울은 황해을 돌아와 똑바로 서서 걷고 있는 것일까 동살의 멱살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뒤흔들어 볼까 그러면 뒤집힌 목선에 이끼가 낄까.


시들어버린 하늘에 가만히 귀를 대고 듣는다. 안테나를 달았던 머리에 지느러미가 돋고 삼천만 마리나 산 채로 파묻은

영혼과 길에서 얼어 죽은 것들에 대한 변명을 준비한다.질풍노도라는 시간속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또 내일 해야하는 질문의 일부일까 아닐까.


사족 하나: 김선호 시인은 시 뿐아니라 다른 분야 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은데 일전에 "지구촌 음악과 놀다"라는

480여쪽의 지구촌 명곡 100선에 대한 해설서까지 내고 또 진공관 오디오 조립에 고수라 인터넷에서 진공관 오디오를

치면 그의 이름이 항상 처음에 나온다.. 그리고 내 이종사촌동생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