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1,2 권- 황석영 자전, 문학동네, 2017
나는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자서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시중에는 물론 쓰레기같은 자서전들도 많지만- 자기 과시나 자기 변명 따위나 늘어 놓는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폐지와 같은 그런 류의 자서전들이 너무 많아 문제지만..
굳이 그 개인이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어도 자기의 개인사를 진솔하게 가식없이 써내려간 자전류의 글을 읽으면
많은 감동을 받기도 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의 자서전은 그 기록만으로도 역사성이 있겠지만 한편 진솔한 그들의 인간적 고백을
읽으면서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읽은 많은 자서전을 하나 하나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책들...
루소의 고백록, 김준엽의 장정, 백범일지, 울부라이트의 마담 씨크러터리,체게바라 평전... 최근에 읽었던 아웃오브 아프리카, 송두율의 불타는 얼음등등...
지금 책상위에는 내일부터 읽을 예정인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튼 솔직히 나는 황석영이라는 작가에 대해 지식이 별로 없었다.
그가 쓴 유명하다는 "장길산"이라는 대하소설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단지 그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는 "입석부근"
"삼포로 가는 길" "한씨연대기"등의 단편은 소시적에 읽어 보았지만 그 내용은 가물가물하고..또 작가가 직접 참전했던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한 소설 "무기의 그늘" 정도로만 황석영에 대해 알고 있었고 1989년 방북했던 사건으로
한동안 많은 뉴스들이 있었는데 당시 해외근무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그저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자전인 수인 1,2권 (각 500쪽정도의 분량)에는 그의 개인사 그리고 작가도 나도
같이 호흡했던 지난 군사독재정부 시절의 그의 삶이 잘 기록되고 있어 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의미있는 계기가 된다.
은퇴하면서 야외사생 단체에 속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항상 느끼던 것인데...
나보다 10살정도 적은 후배들과는 비교적 같은 사건들을 공유하고 있기 떄문에 크게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게
내 개인 생각인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 사실중의 하나는 황석영 작가처럼 나보다 10살정도
많은 새대들과의 차이는 후배들과의 10년 차이와는 차원이 다른 10년이라는 생각.
6.25동란을 그래도 어느 정도 철이 있었을 떄 겪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의 차이는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단지 공산주의 이념의 문제뿐 아니라 그 혼돈의 시간속의 삶에 대한 관점이 그 세대의 삶의
어떤 면에서 지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전후 세대와는 어떤 사건을 대하는 인식 자체도 같을 수 없겠다는 생각.
물론 그전에도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 이 책속에서 작가가 기록한 소년시절의 회상들과 나의 소년시절의
추억들을 비교해보면서 결코 그 세대의 삶과 내 세대의 삶이 같은 차원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평양에서의 기억과 그리고 고교시절 방황, 가출,입산, 자살 기도등 많은 정신적
혼란을 겪고 해병대에 자진 입대하여 처참한 베트남 전선의 경험, 귀국후에 민주화 투쟁, 5.18 광주항쟁, 그리고
방북, 해외 망명생황 그리고 귀국하여 5년간의 수형생활을 담담하게 기록한 그의 삶은 1,000쪽이 넘는 긴 기록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과 비록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감옥에서의 이야기들이 재미까지 더해서 그의 구수한
글 솜씨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혀진다.
책 표지에 써 있는대로 그의 개인사를 넘어 우리의 역사 그리고 우리의 문학이라는 글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남북이 갈등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작가가 겪었던 지난 사건들 그리고 그의 사유를 같이 생각해보면
냉전의 박물관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아직도 우리 민족은한물간 이데올로기라는 감옥의 수인이
아닐까하는 씁쓸한 생각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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