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김영하 산문집, 문학동네 발간, 210쪽.2017 1판13쇄
우연히 책을 선물받았다.
지금 한참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가벼운 에세이 26편을 210쪽으로 모은 책으로 그의 산문
연작집 "보다""읽다""말하다"중 첫번 째 책이란다.
장기간에 걸친 해외생활로 국내의 젊은 문학인들에 대해서 비교적 무지하고 있다가 최근에 작가의 장편소설
"검은꽃"을 읽고 작가의 유명세에 약간은 회의를 품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시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게 된다.
비교적 담담하게 써내려 간 그의 신변잡기식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일전에 티브이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작가의 모습을 연상해가면서 조금은 이 작가에 대해서 호감과 이해가 깊어지는 느낌을 갖는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항상 조그만 노트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메모하는
습관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비록 사소한 신변잡기식의 글들이지만
그냥 자기만의 감상에 매몰되어 너무 주관적으로 흐르지 않고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게 조금은 구체적인 수치나
어휘(terminology)들을 사용함으로서 글이 모던한 느낌도 주고 뭔가 컨텐츠가 있는 글이라는 인상도 주도록 하는
그의 글솜씨를 보면서 이 작가의 유명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물론 시(詩)는 어느 정도 예외이겠지만 일반적인 산문들을 읽다보면 작가가 너무 자기 감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과도한 내래이션으로 독자와의 공감에 괴리를 야기시키는데 이런 면에서 김영하 작가는 요새 유행어로 하자면 쿨하게
본인과 본인의 글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함으로서 독자들을 피곤하지 않게 잘 끌고 가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인데
이런 면에서 역시 대가는 김훈을 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런 류의 글을 읽다보면 물론 내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내 나이쯤 되면
적어도 언젠가 한번쯤은 느꼈지만 어떻게 제대로 표현이 되지 못했던 생각들이 이번에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안에서
좀 더 구체화되는 즐거움도 얻는다.
예를 들면 가난에 대한 무지가 정말 부자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나 영화는 2차원 소설은 3차원으로 비교하는
이야기..앞에서 날아오는 돌은 운명 뒤에서 날아오는 돌은 숙명, 다수동조편향과 정상화 편향 등등..
아무튼 한동안 가벼운 에세이 같은 책을 읽는 것에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진솔하게
잘 쓰여진 글들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도 많은 배움을 얻는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니지만 은퇴하고 나서 몇년전부터 문득 그래도 뭔가 나의 삶의 여정을 끄적거리고 싶어
그림 그리고 와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또 책을 읽고 짧게나마 후기를 이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는데
누가 나의 글을 읽든 안읽든 그래도 스스로도 좀 글다운 글을 쓰고 싶다면 조금은 더 진지히게 글을 써야하겠다는 다짐 같은것.
Life seems incomplete without plans, however sometimes unexpected things make you smiling..
내가 돈 주고는 사서 보지 않았을 책인데....우연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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