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주) 알피스페이스 발간, 2017
이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때 책 제목이 주는 뭔가 의미있는 느낌에 한번 읽어 볼까하다가 여기저기 서평을
읽어보고 그만 둔 적이 있다. 인생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쓴 책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다 그게그런 내용이라는
생각에 이제 내 나이쯤 되면 이런 종류의 책에서 특별히 얻을 내용도 없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지난 밤 객지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딸의 서재를 보니 이 책을 있어 아직 젊은 나이에
무슨 이런 책을 갖고 있나 의아하게 생각하며 어차피 잠도 오지 않아 일독한다.
김형석교수는 내가 중학교 시절 고등학생인 사촌형 집에서 빌려와서 읽었던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 그 책 여기저기에 사촌형이 뭔가 감상을 써 놓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물론 지금 책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당시 나도 사춘기의 감성에 많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책의 내용이야 그리 흔치 않게 건강을 유지하면서 97세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쓰고 있다.
97세까지 살아보니 결국은 감사하는 생활, 사랑하는 생활이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것이라는 이야기 등등..
내용이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들이어서 그냥 줄줄 읽어 가다가 한번 더 생각하면서 보았던 대목은
"현대인에게도 종교가 필요한가" 라는 글인데 철학자로서 기독교 신자인 저자가 과연 어떻게 신앙을 갖을 수 있는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차차 종교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 막스 쉘러의 말을 빌어
인간은 종교적 신앙, 철학적 사유, 과학적 영역을 동시에 갖고 있어 시대와 사회적 여건에 따라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탐구의 과제와 영역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두 운명론자가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사람은 나이들어 지혜를 갖게 되면 운명에 순종하게
되고 또 아무리 지혜를 갖게 되어도 허무주의의 울타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인데 결국 그러면 인간의 삶이란 운명과
허무가 전부인가에 대한 회의를 하게되고 그 가운데 제3의 인생관으로 "섭리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이야기.
당대 한국의 석학이었던 박종홍 철학박사는 철학자는 종교를 갖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지냈지만 말년에
종교에 귀의하고 또 김태길교수도 같은 길을 걸어 그리스도인으로 임종했다는 이야기 등등..
감사하는 삶, 사랑하는 삶에 대해 새삼 마음을 추스러본다.
사족: 아침에 딸에게 어떻게 이런 책을 갖고 있냐고 물어보니 교보에 갔을 때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그냥 샀는데 정말
재미없게 읽었다고..ㅎㅎ 당연하지 그 나이에 이런 내용이 귀에 들어 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적어도 60세 이상은 되어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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