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박병규 옮김, 537 쪽, 민음사, 2016
파블로 네루다라고 그냥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그의 시를 읽어보았는지 설령 읽어 보았다해도
기억하는 시가 없는 나에게는 먼 나라 칠레의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차에 어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의 자서전이
언급된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 읽어 본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 책 저 책 읽지만 특히 자서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래도 자서전을
쓸 정도의 인물들이라면 그들이 겪은 파라만장한 삶의 역정을 읽는 것은 허구적인 드라마보다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다. 물론 자서전이라고 다 진실된 것은 아니고 자기 변명이나 늘어 놓고 타인을 비방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따위의
자서전은 어떤 면에서 허구적인 드라마보다도 못한 쓰레기이겠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쓰여진 자서전을 읽으면 그 주인공이
어떤 분야에서 있었던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된다.
1904년 칠레에서 태어나서 1973년 사망할 떄까지 그의 역정을 서술한 이 자서전은 여태 읽었던 자서전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는 시인이 쓴 자서전이다보니 드라이한 사실 묘사도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표현이
되어 있어 읽어 가면서 어느 부분은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애틋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평온한 유년기에서 시작하여 떠돌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외교관으로서 동남아에서 보낸 이야기가 솔직하고
흥미 있게 기록이 되어 있으며 그 이후 그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스페인 내전 이야기, 2차 대전 이야기 그리고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왔던 그의 말기 인생 이야기가 어떤 부분은 진솔하게 어떤 부분은 격정적으로 씌어 있다.
사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스페인 내전 및 중남미 혁명사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기 짝이 없어 이 책을 읽어
가면서 수시로 인터넷으로 지명 및 사건을 찾아보면서 나의 지식을 넓히는 즐거움도 갖게 된다.
시인으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기도 했고 또 식민통치가 끝나고 혼돈의 정국에서 민중을 위하여
공산주의자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한 그의 이력을 읽으면서 2차 세계 대전이후 당시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하게 된다. 2차대전 이후 중남미에서 보여진 혼돈의 와중에 제국주의에 맞서 자연스럽게
공산주의가 퍼질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 그리고 지명수배를 피해 안데스 산맥을 넘던 이야기, 당시 유명한
공산주의자들- 스탈린, 모택동, 체 게바라, 카스트로 등등과의 만남 이야기등 당시 시대상황을 막연하게 나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금이야 공산주의가 그 내부적인 모순때문에 다 붕괴되고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그 당시 공산주읙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시대상황을 비록 한 개인의 사적인 기록이지만 그를 통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또
비록 지나간 과거사이지만 인류 역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이해는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신기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그가 아직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에 이미 국가적으로 유명세를 탄 시인이겠지만
상류층이거나 노동자들 일반 민중들 모두 그의 시를 사랑해서 여기저기서 시 낭송도 하고 다녔다는 기록을
읽다보면 비록 스페인 식민지이었지만 스페인의 어떤 예술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칠레 민중들에게 전파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아무튼 중남미를 이해하려면 제대로 공부를 하여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열렬한 공산주의자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시가 육감적인 연애시로 많이 알려졌다는데 결국 그가 택한 공산주의는
당시 히틀러와 프랑코로 상징되는 무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유일한 세력인 공산주의를
택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게 공산주의는 어떤 권력 추구가 아니고 단지 인간의 가치와 인본주의를 위한
것이었으니 그의 시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연애시들이 많다는 것도 꼭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오늘 아침 서울에 제대로 눈이 많이 내렸다. 창밖을 보면서 당시 중남미에서 수없이 많이 희생된 민중들이
저 셀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송이와 같이 많았겠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도 들고..
그리고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눈 내리던 만주벌판에서 싸웠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생각하면 인류의 역사적
발전이라는 것이 이보 전진을 위해 피로 점철된 일보의 후퇴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생각한다.
내주에 피블로 네루다의 시집 한권 사서 읽어 보아야겠다.
그리고 "네루다" "이포스티노""산티아고에 비는 내리고" 라는 영화도 찾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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