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이승혁 옮김, 서해문집, 2018, 448 쪽
일본과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항상 떠오른는 의문점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왜 일본인들은 동아시아에서 그많은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들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도 별로 반성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멀리 16세기의 임진왜란까지 갈 필요도 없이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보면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까지 거의 반세기동안 지속적인 전쟁을
일으켜 왔는데 당시 서구 제국주의에 편승하여 같이 침략전쟁을 일으켜 온 사실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전쟁이
끝난 후 지금까지 일본은 별로 주변국들에게 미안해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마치 그들 스스로가 피해자인양 행세하는
것에 대해 의문점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일본 근현대사를 전공한 가코 요코라는 도쿄대 교수가 2007년말부터 이듬해 설까지 5일간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작성된 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기술하는 방법도 마치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식을 따르고 있어
일반 역사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어렵지 않게 잘 읽혀집니다.
대부분의 전쟁사를 기록한 책들은 어떤 책은 팩트 중심의 디테일한 기술을 하던가 아니면 마치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엮어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달리 위에서 언급한 전쟁의 발발과 진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줄이고 왜 그런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하는 당시 국제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 그리고 특별히 당시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전쟁에 임하는 인식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당시 일본의 동아시아에 대한 전략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나간 전쟁을 다룬 분석이지만 현대 일본이 동아시아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지금의 일본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제국주의가 당시에 끼친 해악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영국을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 그리고 당달아서 일본까지 끼어서 아시아를 유린했던 기록들을 읽다보니 새삼 어떤 상황이 국가간의 이해를
갈등 국면으로 몰아 전쟁을 일으켜 왔던 것을 보면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새삼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지나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영국,프랑스, 스페인, 독일, 미국등이 남긴 유산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대륙에서 아직도 어쩌면 해결책이 정말 요원한 치열한 갈등으로 지속되고 있는데 그 문제들을
제공한 원인국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 들면서 한편 은근히 화도
납니다만 사실 생각해보면 현대도 경제적인 면에서 제국주의의 양상을 띄고 있으니 개인 국가의 생존이라는 것이
티브이에서 보는 동물의 왕국보다 더 치열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에서는 일본이 왜 다른 주변국에 끼친 피해에 대한 진지한 반성보다도 그들 스스로 피해자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태평양 전쟁 당시 수많은 자국 전사자들의 유해가 아직도 수습내지 회수 되지 못하고
있어 그 죽은 자의 넋이 혼령이 되어 떠돌고 있다는 그래서 일종의 피해 의식을 느끼는 일본인 특유의 혼령에 대한
문화의 탓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만주에 있던 일본인들이 200만 정도이었는데 전쟁이 끝나면서 만주에서
겪었던 고초 그리고 그들이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이런 저런 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아직도
그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역사상 최초의 원폭투하에
따른 상상을 초월했던 피해에 대한 기억도 같이 작용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만
그들이 저질렀던 전쟁으로 다른 주변국들 특히 한국 중국이 당한 피해에 비하면 정말 조족지혈일텐데 아직
그런 시각을 갖고 있고 또 그런 인식에 대한 반성도 없는 일본인들을 보면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 경계해야 할 나라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시 우리는 그냥 그들의 식민지로서 전락하고 있었을 때 일본은 서구의 강대국들의 틈을 노려가며
기민한 외교를 벌이는 한편 자국에서는 전쟁에 대한 과학적이고 냉정한 분석을 하는 과정들을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호전성과 저력에 새삼 놀라게 되지만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극히 이기적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별로 정이 가지 않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먼 이웃이라는 씁쓸한 결론에
다다르게 합니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일본의 입장만을 두둔하지 않고 주변 국가들이 겪었던 고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지금 일본 교과서에서 그런 역사를 지워가며 교육을 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볼 때 얼마나 많은 일본사람들이
그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할까 지극히 의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로맹 가리( Romain Gary) (0) | 2018.02.18 |
---|---|
(책)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0) | 2018.02.12 |
(책) 지성만이 무기다 (0) | 2018.01.20 |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 2 (0) | 2018.01.18 |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0) | 2018.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