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450 쪽, 2014
"로맹 가리"라는 이름을 알고는 있었으나 그의 유명한 소설 "새벽의 약속"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등은 읽어본
기억이 없으며 그가 다른 필명인 "에밀 아자르"로 쓴 "자기 앞의 생"이란 책제목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아마도 책의
주인공 소년의 이름인 모모가 한 때 모모는 철부지 어쩌구하는 노래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만 - 아직 그 소설도
읽어 본 적도 없고 그러다보니 로맹 가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연히 신문에서 어떤 글을 읽다가 이 작가의
삶에 대해 관심이 생겨 '도미니크 보나'라는 전기작가가 쓴 '로맹 가리'의 전기를 읽습니다.
'도미니크 보나'는 전기작가로도 유명하다고 하고 또 이 책은 아카데미 프랑세즈 전기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는데
책의 내용이 과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책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화려했던 일생에 대해서는 길게 기술하면 끝이 없겠지만 책의 표지에 간단하지만 압축적으로 줄인 문장이
그의 삶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 옮기자면
" 가난한 러시아의 이민자 아들에서 전쟁 영웅, 외교관,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며 화양연화를 구가하다가 불현듯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로맹 가리, 매너리즘에 빠진 거장과 자유로운 영혼의 신인이라는 두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연기함으로써 그는 프랑스의 기성문단을 마음껏 조롱하였다. 자유와 욕망을 좇아 스스로 자신의 그림자
뒤로 숨어버린 비운의 광대 로맹 가리가 프랑스 최고 전기작가 도미니크 보나의 펜 끝에서 되살아난다"
그동안 여러 전기나 자서전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맹 가리라는 작가는 감히 내가 몇줄의 글로 여기에
정리할 수 없는 천재 문학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재능과 열정에 넘치는 비범한 한 존재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일견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그 가운데 자기만의 고독
속에서 그 고독을 문학으로 풀어나가려 몸부림치는 작가. 불꽃처럼 살다가 마지막 권총으로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삶을 읽어 가면서 과연 이렇게 까지 영화보다도 더 영화와 같았던 화려하게 살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종국에는 자살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까지 밀고 나가는 그의 예술정신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지구상에는 바닷가의 모래알과 같은 수많은 이름없는 필부들의 삶이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많은데 그중에서 우뚝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괜히 나의 삶의 초라함에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은 스스로들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오랫만에 "전기"지만 그 자체로서도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은 감동이 오랫동안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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