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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책)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by ts_cho 2018. 2. 12.


끝과 시작, 비스와라 쉼보르스카 시선집, 500쪽, 최성은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6


학창시절 한때는 시를 좋아하여 시집을 그런대로 꾸준히 사 본적도 있었고 최근까지도 일년에 한두권씩 시집은

사서 읽어 보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시단의 동향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 가끔 언론에서 추천하는 작가들의

시집을 읽어 보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현대 젊은 신세대 시인들의 정서가 내 세대와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어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詩하늘 통신"이라는 시에 관한 아주 좋은 블로그에 올라오는 시 그리고 해설은 다양하게 

시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서 빠지지 않고 읽고는 있습니다.


사실 국내 시인들의 시는 그래도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니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나 외국시인들의 시는 

고등학교때 배웠던 옛날 시인들의 시 말고는 별로 관심있게 본 적도 없고 또 가끔 접해도 그 정서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던지 아니면 번역이 어색해서인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가 없는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비스와라 쉼보르카(1923-2012)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으로 이미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고

또 특별히 시인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유명한 시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집은 얇은게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지만 이 시선집은 그동안 발행되었던 그녀의 시들 중에서 

엄선된 170편을 모은 책으로 5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입니다.

소설 읽듯이 한번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니 책상머리에 놔두고 한두편씩 읽어보면서 시인의 사유의 폭과 깊이를

생각해봅니다.


그녀의 시중에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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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은 없다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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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시인의 이력을 그대로 옮깁니다.


쉼보르스카는 1945년 데뷔 이래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실존 철학과 접목한 시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대시인의 반열에 올랐으며, 1996년 여성으로서는 아홉번째, 여성 시인으로서는 세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쉼보르스카의 시에는 서양의 전통적인 사조나 미학 담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우주적 상상력이 투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성 중심적 논리와 인과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양 철학의 패러다임으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관계론적 · 상생적 사유가 엿보인다. ‘혼돈’과 ‘해체’ 속에서 사유의 조화로운 동참을 권유하는 미의식은 쉼보르스카의 시학이 이룩한 가장 뛰어난 성과 중의 하나이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서구의 비평가들은 쉼보르스카의 시를 낯설고 이질적이면서, 동시에 새롭고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흔히 쉼보르스카의 시를 논할 때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연설문이 인용되곤 한다. 그만큼 쉼보르스카는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적절한 우화와 패러독스 등을 동원하여 독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완성도 높은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역사와 문학에 대한 고찰이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명상을 담은,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쉼보르스카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총 2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