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암에서 도봉을 보며, 24 X 32 Cm, Watercolor , 2018
흰 그림자 - 윤동주, 1942.4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양)처럼
하루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수채화(watercol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채화) 고즈넉한 마을 지평 2리 (0) | 2018.06.13 |
---|---|
(여행스케치) 일자산 모란꽃 사생대회에서 (0) | 2018.05.01 |
(여행스케치) In memory of George Town, Penang (0) | 2018.02.06 |
(여행스케치) 정말 추운 날 수락산계곡 입구에서 (0) | 2018.02.04 |
(수채화) 우면산 겨울 나목들 (0) | 2018.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