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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이른 새벽 항구에서

by ts_cho 2018. 6. 6.

 

 

이른 새벽 항구에서, 41 x 53 cm, Oil on canvas, 2018

 

일전에 그렸던 주문진 항구 새벽 경치 그림을 볼 때 마다 아쉬움이 많다.

한번에 완성을 하지 못하고 여러번 손을 보다보니 현장감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인위적인 느낌이 많아 영 바다 내음이 

나지 않는 어설픈 그림이 되어 보면 볼수록 마음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에 완성하기로 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붓질을 해가면서 그려본다.

아침에 해가 뜨고 나서 아직은 환하게 날이 밝지 않은 시점이니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어설픈 상황이다.

차라리 일출 순간이나 한밤중 같으면 분명하게 색조를 정해 그릴 수 있겠으나 이 상황은 좀 어정쩡하다.

내 마음속의 새벽 바다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일전에 시집을 냈던 친구 김은호 시인의 시 하나...

 

망각이라는 이름의 탱고

 

돌을 잡았다가 놓는다. 던질 곳이 없다. 던질 수 없는 돌의 뿌리가 깊다. 그 깊이를 참을 길 없어 지구 반대편으로

뻗은 뿌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불빛으로 흐른다.

 

망각이란 이름의 탱고가 번성하는 곳

탱고속에 망각은 있다 없다

있다 없다.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가 불꽃으로 피어난다 달아오르는 몸과 식어가는 시간이 서로 밀고 당긴다

망각은 시간이 가장 즐겨 추는 춤

 

기억의 바깥에서 오는 춤에는 아무리 흔들어도 떨치지 않는 슬픔이 있다

 

사라진 가방 속에는 깜빡 잊은 사랑이 가득

끝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돌은 울음을 꾹 눌러놓은 표정을 지니고 있다

너는 어쩌자고 망각의 입으로 노래하나?

 

돌을 잡는다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망각이 잡을 수 없는 뜨거운 새 한마리

내 심장에 둥지를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