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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후동리..가을에 방향을 잃고.

by ts_cho 2018. 10. 14.


후동리에서 가을 인상, 46 x 33 cm (8 P) , Oil on canvas, 2018


삶이란 살아가면서 종종 방향성을 상실하는 때가 있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어떤 때는 익숙하던 것들이 왠지 낯이 설고 아무 생각없이 상황에 끌려가는 적이 있다.

춘천 후동리..언젠가 아주 추운 겨울날 눈이 하얗게 덮힌 때 온 적이 있는 아담한 마을.

화창하게 개인 가을날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그림을 그린다.

평상시에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하는 가벼운 흥분과 기대가 있지만 오늘은 왠지

그냥 그런 느낌도 없이 기계적으로 유화 장구를 챙겨 나오더니 현장에 가서도 그 마음의 공백이 이어진다.


요즈음 Gordon Meckenzie 라는 화가가 쓴 " The Watercolorist's Essential Notebook" 이란 책을 보고 있는데

How do I go from painter to artist라는 챕터에서 painter 즉 평범한 화가에서 Artist 즉 예술가가 되는 길은

" Growing from painter to artist is about honoring the child of the universe within you who just wants to play"

이야기인즉슨 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렇지만 유희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자아를 끌어내라는 

이야기인데 며칠째 이 귀절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예술이란게 궁극적으로 지기 표현일진데 ( Art is ultimately about self-expression ) 비록 취미로 그리는 

아마추어지만 얼마나 내가 내안의 아린아이를 자유롭게 끌어내고 있는가하는 화두를 생각한다.


평상시 같으면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어는 정도 머리속에 최종 그림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시작하는데

오늘은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가보자고 하다보니 중간에 방향성을 상실하고 우왕좌왕 아까운 유화물감만 덕지덕지

칠하면서 시간만 간다.


사실 생각해보면 Painter 라도 제대로 된 Painter만  될 수 있다면 만족한 일인데 감히 Artist 운운하는 것은

내 주제에 언감생심인 셈인데 Painter 흉내라도 내려면 제대로 자기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하는 것...가슴에 뜨거운 열정은 있어도 냉정한 머리로 그림을 그려야 그림같은 그림이 될 수 있을텐데

어설프게 감정을 표출하려다가 방향성을 잃은 하루가 되고 만다.

그래도 괜히 조그만 미련은 있어 그림에 싸인도 하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