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의 일상 사진전, 2018.10.17-10.22, 갤러리 이즈
인사동에 몇군데 전시회를 보기 위해 나선다. 오늘은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도 불어 집을 나설 때에는 제법 쌀쌀한 느낌도
들었지만 한낮이 되니 날씨가 풀려 좀 두껍게 입고 나선 옷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막상 보기로 했던 전시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라 대실망하고 몇군데 더 둘러보나 그냥 다 그저 그런 평범한
성격의 전시회들...그냥 오랫만에 인사동 바람이나 쐬였다고 자위하고 돌아서다가 우연히 갤러리 이즈 지하 전시장
사진전이 눈에 들어와 한번 들러본다.
원래 사진 예술은 별로 아는 바도 없고 또 그러다보니 관심도 그리 크지 않아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섰다가
사진전의 성격과 전시된 사진, 그리고 글들이 주는 메세지에 끌려 한참을 자세히 돌아본다.
독일에는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독재청산재단" 이란 곳이 있는데 이 재단이 하는 일은 유럽내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원인,
역사, 결과등을 조사하는 일이고 또 "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이란 곳은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이자 가치인 자유, 정의,
연대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재단인데 이 두 재단이 이번에 한국의 통일부와 협조하여 독일 통일 전의 동독의 일상
모습들을 Harald Hauswald 라는 사진 작가의 사진 그리고 Stefan Wollw라는 작가의 글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전시회의 구성도 의미가 있거니와 그 사진들과 글들이 주는 메세지가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 특히 북한의 현실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어 하나 하나 관심있게 돌아본다.
이별, 고독, 도주, 공동체, 쾌활함, 청춘, 유년기, 거짓말, 권력, 호기심, 질서, 반란, 그리움, 슬픔,
하위 문화, 몰락, 모순, 다정함이라는 여러 주제하에 당시 동독에서의 어려웠던 삶을 조명하고 있는데 장미빛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던 공산주의가 결국은 그 내부의 모순으로 붕괴되기 까지 보여주는 많은 모순들, 불합리한 사건들
그 가운데서 희망을 잃은 청춘의 모습들, 복지가 전무한 삶의 비참한 모습들의 실상을 사진과 함께 글로서 잘 보여주고
있어 한동안 사진들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약탈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에 저항하여 나온 대단한 것 같았던 발명품인 공산주의가 실현됨으로서 인류는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었지만 결국에는 그 공산주의 시스템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내부에서 붕괴되어 인류는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되었는데 그 비정한 현실의 모습들을 폭로하는 식의 단순한 사진들이 아니고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하는 사진과 글을 보면서 지금 북한의 내부 모습도 이와 별로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편 씁쓸한
생각도 들고...
사진 작품들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히 주는 메세지가 꽤나 인상적이어서 사진 예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전시장에서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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