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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첫눈, 보광사 가는길에서 두점

by ts_cho 2018. 11. 25.


첫눈, 보광사 가는길에(1), 31 x 23 cm, Oil on oil paper, 2018


첫눈, 보광사 가는길에(2), 31 x 23 cm, Oil on oil paper, 2018


첫눈이 내렸다. 첫눈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요즈음에는 지구 온난화때문인지 눈이 흔하지 않아 서울 근교에서는 설경을 그릴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 제대로

설경을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레이는 마음에 추위도 잊는다.

게다가 토요일 그림 그리러 가는 날에 딱 맞추어 내리는 눈...그리 흔하지 않은 행운 !

그러나 나의 행운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행이 될 수도 있는 세상사의 부조리 !


파주 보광사 가는 길에 눈이 제법 많이 쌓이기 시작하니 버스가 미끄러지는 위험한 광경도 연출된다.

오전에 눈이 상당히 내렸지만 오후되니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여 눈이 많이 녹아 아쉬운 마음이나

한시간에 한점씩 빠른 붓터치로 두점을 완성한다.

항상 현장에서 숨쉬는 그 느낌을 그리고 싶어하는데 조금이라도 그런 느낌이 살아 있는 것 같은 그림이 되어 

스스로 뿌듯한 마음..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시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세모에 잘 어울리는 시라는 생각이다.


첫 눈 (김경미 시인)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