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문학동네 발간
한참 전에 로맹 가리의 자서전을 재미있게 읽고 이 블로그에 짦은 기록도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쓴 글을 읽어 보니 이 천재적인 작가에 대해 내가 감히 몇줄을 쓴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생각
그리고 이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비범한 천재가 자기만의 고독속에서 괴로워하고 그 고독을 문학을 통해서
풀어 나가려고 몸부림 치다가 결국에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까지 밀고 나갔던
그의 예술정신에 대해서 경외하는 마음을 갖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의 유명한 소설들의 제목은 익숙하지만 읽어본 기억이 없어 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일전에 알라딘 책방에 가서 몇 권 책을 사고 나오다가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그의 단편소설 모음을
발견하고 마침 시간도 있어 그 자리에서 두시간 정도에 걸쳐 읽어 본다.
참고로 알라딘 서점에는 독서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 책상 그리도 커피도 팔고- 제공하고 있어 짬나면 가서
두서너 시간 이 책 저 책 보다가 또 우연히 좋은 책이 있으면 저렴한 가격에 사가지고 오기도 하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책에는 이 소설 말고도 "류트" " 어떤 휴머니스트""가짜 본능의 기쁨" 등 16편의
단편이 같이 실려 있는데 어떤 것은 상당히 난해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비교적 단순하기도 하니 단편 소설 몇개
읽은 것 가지고는 감히 그의 문학세계를 운운한다는 것은 나의 역량 밖의 일이고..
아무튼 이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상당히 이국적인 제목의 소설은 세상을 자유롭게
날라다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페루의 한 해변가에 와서 죽는 새들과 또 그 쓸쓸한 곳으로
도피하다시피 와서 살고 있는 한 남자, 우연히 찾아온 어떤 여인 그리고 다시 그 여인은 떠나고 종국에 가서는
그냥 허무하게 아무런 결과도 없이 끝나버리는 그런 스토리가 마치 저자의 삶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번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어떻게 이해할지 난해하게 느껴져서 다시 한번 읽어 보아도 역시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내 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막연히 감은 오는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책의 뒤 표지에 있는 김인숙 소설가가 쓴 글을 읽어보니 역시 소설가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감수성의 소유자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김인숙 소설가가 쓴 추천평을 옮긴다.
오래 전에「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가슴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한참 귀를 기울이니 모래가 버석거리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새들의 울음소리. 날갯짓을 멈춘 새는 세상의 끝이고, 그 끝에서도 버리지 못한 희망이고, 그 희망의 끝에서 뱉어지는 모욕과 경멸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끝의, 생의 비리고 안타까운 아름다움이라니. 로맹 가리를 쫓아가다보면 나는 늘 페루에 있다. 새들이 그곳에 와서 죽는 이유는 어쩌면 내 삶의 이유와 같다. 차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그러나 바로 그것인, 내 삶의 단 한 가지의 이유. 이제, 이 책을 통해 로맹 가리를 통째로 만나게 되는 기쁨은 각별하다. 아니, 내가 방금 전에 기쁨이라고 했나? 책을 덮으면서 돌아보니, 나는 사육제가 끝난 후의 페루 바닷가, 새들의 무덤 위에 벗은 몸으로 서 있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써서 또 다시 콩쿠르 상을 받았던 " 자기 앞의 생" 이란 소설도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한번 꼭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천재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고 책방을 나설 때 눈앞에 보아는
롯데 타워 쇼핑몰의 화려한 풍경들이 왠지 낯설고 쓸쓸해 보인다.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전쟁이야기 (0) | 2019.06.05 |
---|---|
(책) 나를 채우는 인문학 (0) | 2019.05.30 |
(책)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0) | 2019.05.14 |
(책) 두이노의 비가( Duinerser Elegien) (0) | 2019.05.07 |
(책) 예술수업 (0) | 201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