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재민 지음, 창비 발간, 2018, 308쪽
16년간 판사로 재직하고 직장을 옮겨 지금은 방위사업청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가 판사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글로 이미 제10회 세계문학상등 몇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이 내공이 만만치 않다보니 일견 별로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는 법정의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판사라는 직업이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판결하는 시간보다는 고소장등 많은 글을 읽고 또 판결문을 쓰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평상시에 항상 글을 써 와서 글을 쓰는데 어느정도 도가 텄겠지만 감성이 배제되고 팩트를 중심으로
쓰는 판결문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본인의 경험 그리고 생각등을 아주 솔직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어 책을 잡고 놓지 못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고 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책을 즐겨 읽는 이유는 나의 삶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좀 더 세상의 많은 것을 간접적이라도 경험하고 또 그럼으로서 나의 세상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텐데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지 못했던 판사들의 세상을 알게 되고 또 판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투영되는 세상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도 되니 단순히 독서의 즐거움을 넘어서서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는 의미있는 계기도 된다.
저자의 글솜씨도 예리하거니와 책의 구성도 아주 재미있어 재판을 시작하기 전부터 최종적으로 판결을 선고하는 순으로
목차를 정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례들 그리고 판사로서 본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기술하고 있는데 단지 무슨 소설을
읽은 것같은 차원을 넘어서서 판사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세상을 보는 깊은 사유와 지혜그리고 판결을 내리는
고뇌의 과정을 아주 솔직하게 담담히 쓰고 있어 읽어 가면서 새삼 내가 생각한 적이 없는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그리고 덤으로 법정에서 쓰이는 용어나 현상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기도 하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 라는 절묘한 말이 있지만 우리 사회는 죄보다 사람을 정죄하는 경향이 강하고
또 정의의 핵심이 응징에서 평형으로 이동된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정의를 저울이 아니라 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저자의 말에도 공감이 가고 또 과격하고 선명한 입장을 갖은 쪽이 더 정의로와 보이고 중도적 입장이나
사안별로 타협책을 찾는 입장은 정의롭지 못하고 기회주의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원하는 점도 공감을 한다.
아무튼 우리네 삶에서 법정에서의 일이든 아니면 법정 밖에서의 일이든 간에 어떤 편견에 사로 잡히지 말고 또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알마나 의미가 있는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무더워지는 날씨..그러나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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