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실천문학사 발간, 2017, 315쪽
체 게바라는 1967년 10월 9일 살해되었다. 사망 당시 그가 메고 다닌 홀쭉한 배낭 속에는 색연필로 덧칠이 된
지도 외 두권의 비망록과 노트 한권이 들어 있었다. 두 권의 비망록은 사후 " 체 게바라의 일기" 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지만 나머지 노트 한 권에 대해서는 시가 뺴곡히 적혀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그 녹색 스프링 노트는
40여년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최근에 그 노트 속에는 체 게바라가 좋아했던 네 명이 시인 " 파블로 네루다" " 세사르 바에호" " 니콜라스 기엔"
" 레온 뻴리빼" 의 시 69편이 뺵빽히 필사되어 있음이 밝혀 졌는데 체 게바라가 전장을 누비면서 필사한 것들이다.
저자는 청년시절 멕시코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중남미 문학을 공부하고 중남미 시인이 되어 중남미 유수의 수상경력도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경력을 갖으신 분인데 왜 체 게바라가 그 살벌한 전쟁을 누비면서 이런 시들을 필사했을까하는
궁금증에 많은 자료와 인터뷰등을 통해 분석해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산주의가 그 내부 모순으로 몰락한 지금 새삼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시대 착오적인 느낌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아직도 그의 사진 브로마이드와 더불어 그를 기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지금 시대에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많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군사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암울하던 시절에 체 게바라에 매료되어 그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도 있다.
1960년대 중남미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으려던 그래서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파사스트 정부을 세우려던
미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체 게바라의 사상적 뿌리인 마르크스주의는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잠시 쇠퇴하기는
했지만 다시 체 게바라가 각광을 받고 재 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샤르트르가 말한대로 체는 이데올로기에 갖혀 있는
혁명가가 아니고 실제로 민중속으로 들어 가서 민중의 궁핍을 해소시키려고 직접 몸으로 투쟁했던 진정한
영웅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볼리비아의 산계곡에서 체포되어 사살될 떄 까지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필사하던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일전에 파블로 네루다의 전기를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것인데 네루다가 탄광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그의 시를 낭독하고 또 노동자들이 열광해서 경청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중남미 사람들의 낭만성은 무언가
독특한 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럴까 깊게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중남미 문학이나 음악을 접할 때 느끼는 어떤 애절함과 슬픔이 있는데 어쩌면
스페인에 의해 무참히 밞히고 재대로 반항도 못해본 그들 선조들에 대한 서글픈 연민이 예술적으로 녹아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결국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지만 신자유주의가 그리고 요즈음 새삼 다시 경제적 제국주의가 꿈틀거리는 현실에서
약자인 민중들은 갈수록 죄절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그들 편에서 진정으로 싸웠던 체 게바라같은 영웅을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요즈음 종북 빨갱이 하면서 수준이하의 정치투쟁을 하는 한 때는 전사라고 불리웠던 부끄러운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체 게바라, 호치민, 시인 김남주.....각기 다른 자리에서의 이념을 넘어선 휴머니스트들의 삶을 생각한다
체 게바라하면 왠지 애틋하고 또 그에 대해서는 참 많은 생각이 있는데 요즈음 들어 영 글 쓰는게 힘들어져서 어설프게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많은 아쉬움이 있다..나이 탓인지 아니면 그냥 별 생각없는 느슨한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정신이 녹이 슬어가서인지..
한편 글보다는 감성적인 그림에 많은 생각과 시간을 쓰다보니 조직적인 사고 능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체 게바라의 말을 새기며...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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