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호 꿈을 그리다, 라영환 지음, 피톤치드 펴냄, 2020. 343쪽
일전에 여기 블로그에 소개했던 " 모네-일상의 기적으로" 란 책을 쓴 라영환 교수가 쓴 고호에 관한
책인데 라영환 교수는 미술을 전공한 평론가가 아니고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한 교수인데
고호의 일생의 발자취를 따라서 탐사하면서 연구하여 반 고호의 예술에 대해서 기록한 책으로 그동안
읽었던 다른 반 고호에 대한 책과는 달리 반 고호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훌륭한 책이다.
미술 평론가들이나 애호가들이 썼던 반 고호에 대한 책들은 미술 그 자체의 시각에서 기록한 책들이 대부분이고
또 영화등을 통해서 우리가 갖고 있던 반 고호에 대한 인상은 천재적인 화가 그렇지만 광기가 있었고 그러다가
귀도 자르고 또 자살하고 등등의 정말 반 고호를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솔직히 나 자신도 그동안 반 고호가 동생 테오와 쓴 편지를 읽으면서 대단히 자기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하고 또 인생에 대해서 깊은 성찰과 사유가 있는 화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종교적인 관점에서
그의 예술을 제대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앎이 정말 빈약하고 보잘 것 없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반 고호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신앙적 배경이 되는 칼뱅주의를 이해하여야 하는데 칼뱅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막스 베버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세속적 금욕주의와 직업적 소명설이다.
반 고호는 그의 삶을 초기에는 목사가 되어 기독교를 직접 실천하고자 하였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로서
종교적인 소명을 실현하기로 마음 먹고 그림에 몰두하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그 과정이나 또 그가
그렸던 그림에서 의도했던 소명의 발현이 이 책에 잘 설명이 되어있어 그 동안 보아 익숙했던 반 고호의 그림에
대해서 새로운 개안을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그런데 종교적인 소명을 위해 그린 그림에서 십자가, 성경 이야기와 같은 전통적인 기독교 도상학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반 고호가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단초를 발견하게 되는데 " 자네도 겟세마네 동산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고뇌하는 인간을 표현할 수 있어. 그리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산상수훈의 인물들을 그릴 필요가 없지. 성경이 아니라 그것을 재현할 수 있는 현대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거야"
그래서 반 고호가 여러 장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도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그린
사이프러스 나무, 올리브 나무들도 기독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이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반 고호의 그림하면 언뜻 떠오르는 그림들이 아이리스. 자화상, 감자 먹은 사람들, 구두,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같은 그림들인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부끄럽지만 그가
그린 종교적인 그림 세 점- 선한 사마리아인, 죽은 나사로의 부활, 피에타-을 처음으로 만나게도 된다.
아무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즉시 매료되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열심히 독파하였는데 결론적으로
반 고호의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없이 그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냥 회화 그 자체의 감상 즉
반쪽의 이해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므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던 아니던간에 반 고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로 꼭 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고 또 앞으로 남들에게 선물할 기회가
있으면 이 책을 선물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간만에 독서의 큰 즐거움을 나에게 선사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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