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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일인칭 단수

by ts_cho 2020. 12. 21.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발간, 2020, 233쪽

 

미국에 살고 있는 딸가족이 코로나 상황을 무릅쓰고 한국에 왔다. 에어비앤비을 통해 서대문 어디 단독주택을 얻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우리집과 시댁을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얘기 하자는게 

아니고, 딸아이가 서점에 가서 보겠다고 사 온 책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하나 있어 읽어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책도 몇권이 있지만- 내 독서 스타일은 서너권의 다른 책을 동시에 읽는데 이 책 좀 읽다가

또 다른 책 좀 읽기도 하고 물론 어떤 책은 흥미가 있어 단번에 읽기도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요새는 무슨 글을

쓰고 있는가 궁금도 하여 읽어본다.

언젠가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글쎄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어찌 되었던 "상실의 시대" 라는 무라카미의 소설을 처음

읽고 그의 쿨한 문장력과 니힐한 스토리 전개에 매료가 되어 그 때 발간되었던 그의 소설을 그리고 그 이후 나오는

책들을 전부 읽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1Q84라는 책을 1,2권 읽고 3권이 나오기 전에 그의 글에 흥미를 잃어

무라카미 하루키와 결별하게 되었다.

참 그 이후 한 권 읽은 기억이 있어 지난 블로그를 뒤져보니 2014년에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라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겼는데 특별히 인상적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구성은 그의 특유한 글솜씨로 과거 신변잡기 8편을 엮은 것인데- 이게 전부 진실인지 아니면 이야기를 

위해서 허구가 가미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 한편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하고 있다.

뭐 별로 특별한 이야기들이 아니고 그냥 학창시절 여자 친구와의 이야기등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이야기들인데

그의 트랜디하면서도 또 약간은 니힐하고 쿨한- 이런 영어식 표현에 맞는 한국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문장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솔직히 책을 다 읽고 머리속에 뭐 하나 남는게 없다. 

혹자는 소설이 계몽소설이 아닌 바에야 굳이 머리속에 남아야할게 뭐 있냐고 반문도 하겠지만 그것도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테고 우리가 어디 카페에서 얼그레이차나 커피 한잔을 당시에 괜찮게 마신 적이 있지만

굳이 나중에 그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문장이 좋아서 또 그의 신변잡기가 재미있어서 읽는 독자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일테다. 요즈음의 젊은 친구들 트랜드가 캐주얼하고 가볍고 쿨하고 뭐 다 비슷비슷한 말이기는

하겠지만 그러면서 약간은 지적인 이야기도 가미시키고 비틀즈 이야기도 섞어 가면서 그래서 아직도 젊은 층에서는

하루키가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 상실의 시대" 이후 그의 스타일이 그리 많이 달라진 것 같지도 않은데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독서의 취향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아무튼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남들의

부질없고 가벼운 신변잡기 모아 놓은 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게 그만큼 세상을 많이 알게 되어서 그런지도...

소설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간 사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소설의 순기능도 있다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좀 더 의미있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

하루키스트- 하루키 마니아들을 이렇게 부른단다-들이 들으면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이것은 다분히

내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고  책을 읽고 그래도 기록을 남기려고 글을 쓰다보니 책을 읽느라고 보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미안하게도 하루키 비판하는 식의 글이 되고 말았다. 

인터넷을 한번 찾아 봐야겠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