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김영사 발행, 2020. 594쪽
책 제목도 그렇고 가끔씩 여기저기에서 조우하게 되는 정호승 시인의 시 세계에도 문득 관심이 생겨 읽어본다.
사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썩 내 취향은 아니지만 따뜻한 서정적인 시가 어떤 날은 마음에 다가오기도 하여
그동안 몇 권의 시집을 사서 읽어 본 적도 있다.
이 책은 60편의 시와 그 시를 창작하게 된 배경이라 할까 시와 관련된 상념등을 엮어서 만든 제법 두툼한
책인데 저자가 머리말에 " 시가 있는 산문집" 이지만 한편은 " 산문이 있는 시집" 이라고 이름할 수 도 있겠다고
한 것 처럼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 시 산문집" 이다.
정호승 시인은 그동안 꽤 많은 시집을 발간했으면 또 그의 시집은 일본어,영어,스페인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도 잘 알려졌으며 국내의 왠 만큼 유명한 문학상은 거의 다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굳이 내가 여기서
더 언급할 필요가 없는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어른들을 위한 시집 뿐 아니라 동시집, 동화집도 펴낸 적이 있는 만큼 그의 시 세계는
상당히 따뜻한 서정적이어서 피곤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보기로 한 것은 한 시인이 시를 구상하고 쓸 때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가 궁금해서 였는데
읽어 가면서 어떤 면에서 이 책은 시인의 자서전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무겁지 않고 따뜻한 시와 산문들을 한번에 장편소설 읽듯이 쫙 읽는다는 것은 넌센스인지라 침대 머리맡에 놔두고
잠들기 전에 한두편씩 읽는다. 시인의 나이가 이제 70이니 나보다는 인생 선배이지만 동일 시대를 살아오고
또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삶이 나와 유사한 점들이 많다보니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르면서
많은 공감을 갖게 되고 나에게는 하루를 마감하는 잠자리에서 읽기에는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대외활동도 뜸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더우기 요즈음은 코로나19로
친구들과의 만남도 뜸해지고 주말마다 나가던 야외사생도 거르고 있어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시인의 잘 알려진 시 귀절인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를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loneliness나 solitude는 우리말로 같이 고독으로 번역이 되지만 loneliness 는 말 그대로 외로움이고
solitude는 그런 외로움이 아니고 혼자 있어도 즐겁고 자족하는 고독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하는데 요즈음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 자신의 실존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solitude의 시간이 어쩌면 소중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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